한국일보

아파트 앞 노숙자 텐트촌 ‘안전 비상’

2019-02-18 (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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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운 LA카운티 최대 밀집지 중 한 곳으로

▶ 위생문제·범죄발생 우려에 한인들 불안

아파트 앞 노숙자 텐트촌 ‘안전 비상’

한인타운 중심 주거지까지 들어와 있는 노숙자 텐트들.

“솔직히 남자인 나도 노숙자 텐트가 여러 개 있는 곳을 지나갈 때면 무섭기도 해 다른 길로 돌아 가는 경우가 많다.”

6가와 아드모아 애비뉴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한인 남성의 말에서 한인타운 노숙자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 있다.

한인타운내 노숙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면서 한인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이 윌셔길을 관통하면서 놀만디역과 웨스턴역을 이용해 한인타운으로 노숙자들의 유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숙자 텐트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6가의 경우 하바드 블러바드에서 놀만디 애비뉴까지 블록마다 노숙자 텐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아드모아 애비뉴에는 길 양쪽으로 노숙자 텐트가 군락을 이루고 있을 정도다.

한인타운의 노숙자 텐트가 급증하면서 노숙자 텐트가 일상처럼 느껴지게 된 것은 LA 노숙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에서 기인된 것이다.

LA의 노숙자 수는 지난 6년간 계속 늘어나 3만2,000명에서 지난해 5만5,000명으로 75%나 증가했다. 5만5,000여 명 가운데 4만1,000여명, 즉 4명 중 3명 꼴로 보호소에서 지내지 않고 거리로 나와 있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LA시 위생국 조사에 따르면 LA시와 카운티 내 노숙자 텐트촌은 총 222곳. 한인타운 역시 노숙자 텐트촌의 밀집지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숙자 텐트들이 일반 아파트는 물론 고급 콘도 문 앞까지 인접해 들어서면서 주변에 음식물이나 쓰레기가 쌓이면서 위생 문제는 물론 불쾌감을 주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노숙자 텐트들을 지나야 아파트 출입이 가능하다 보니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안전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한인 박모(여·35)씨는 “친구들 사이에는 피해를 당한 여성이 있다는 ‘노숙자 텐트 괴담’이 돌 정도”라며 “6가 길은 절대로 혼자 걷지 말라는 충고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신고했다고 해도 경찰이 출동해 텐트를 철거하고 나면 그때 뿐. 1~2일 지나면 노숙자 텐트는 어김없이 다시 나타나 별 소용이 없다.

문제는 한인타운 노숙자 급증에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LA시의 높은 렌트비와 주택 부족 문제 등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당국의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주민과 노숙자 사이에 반복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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