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쇼 어디까지…

2019-02-16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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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업자에서 재계의 거물이 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인들에게 각인이 되기 시작한 것은 미 NBC TV의 유명한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면서부터였다. 이 프로그램은 트럼프가 운영하는 한 계열사의 연봉 25만 달러의 인턴사원을 뽑기 위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쟁과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참가자 약 20명은 매 회마다 한명씩 경쟁에서 탈락하고 마지막 남는 한명이 우승자가 되는 것이었다.

이 방송에서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승부사 기질을 톡톡히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결국 그가 꿈꾸던 최정상인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까지 당당히 입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는 쇼에서 보여준 특유의 기질을 대통령이 된 후 지금까지 정책 수행에서도 그대로 드러내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를 입맛대로 흔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미국인들은 강력한 반이민 노선과 더불어 소수민족 이민자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베니핏과 건강의료보험 등을 철폐 혹은 축소하고 있는 그의 정책에 심히 우려하고 있다. 그는 집권 2년에 러시아 스캔들, 과거 포르노 배우와의 성 스캔들 등에 휘말리면서 탄핵위기까지 직면했다. 그의 지지율과 업무수행 능력 평가는 바닥까지 떨어져있다.


그는 2019 회계연도 예산안에 포함할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비와 관련, 민주당원들이 반대하자 미 역사상 가장 긴 35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을 지속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정부기관 기능이 일시 정지되고 수많은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급여를 못 받게 되면서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지금까지 마치 리얼리티 쇼에서 보여주듯 사사건건 국민들을 갖고 놀듯 하는 일종의 쇼맨십의 행보를 이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 북한과 벌이는 북미 정상회담 건이다. 그는 이 회담을 놓고도 늘 ‘그 실체가 무엇인지 곧 알게 된다’는 식으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국민들과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트럼프는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이 처한 좁은 입지를 북한과의 정상회담으로 만회하기 위해 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며 그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북미정상회담을 5개월 전 이끌어냈고, 또 다시 오는 27일부터 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심심하면 ‘로켓 맨’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던 북한지도자 김정은을 훌륭한 사람으로 둔갑시키면서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해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연 그가 벌이는 쇼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미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뜨거운 관심 속에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2차 회담 결과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결정할 중대한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또 회담 결과는 그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미국언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트럼프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을까.

2020년 대선열기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셧다운 사태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급락한 틈을 타 민주당에서 차기 대선 후보감들이 속속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연방상원의원인 카멜라 해리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등 여성후보들의 이름도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앞으로의 대선가도에서 이들의 저항에 크게 직면할 것이다. 이를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을까.

재물과 권력을 모두 손안에 쥔 트럼프, 국내외 정치무대에서 리얼리티 쇼를 마음껏 즐기는 트럼프, 과연 그의 쇼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그가 야심차게 벌이는 이번 북한과의 도박이 어떤 성과를 낼지 부터 궁금하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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