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르페 디엠’

2019-02-09 (토) 여주영 뉴욕 고문
작게 크게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의 생을 일컬어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매일 허덕이며 살고 있는 것이 훗날 닥쳐올 죽음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부터 사람들은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위한 ‘웰빙(Well-being)’에 대해 한참 떠들썩하더니 그 후에는 ‘웰다잉(Well-dying)’, 즉 잘 죽는 문제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웰빙, 웰다잉 이는 모두 우리가 깊이 숙고해 봐야 할 명제이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과 생명을 함부로 살다 값없이 죽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스탠포드 대학과 UC버클리 대학이 공동 발표한 논문에서 한인 노년층의 자살률이 미국내 아시안 커뮤니티 그룹 중에 최고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인남녀 자살률이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한인남성 자살률은 10만명 당 32.9명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만도 한인노인자살자가 지난달 30일 뉴저지 포트리소재 한 노인아파트에서 두 명이나 발생,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이다.


노인들의 자살은 대부분 고독함이나 불안, 상실감, 절망에서 오는 우울증 같은 데서 야기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간은 누구나 살다가 명이 다하면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날이 다할 때까지는 반듯하게 살다 갈 책임이 있다.

새해가 엊그제 같더니 벌써 2월 입춘(4일)이 지나면서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봄이 훌쩍 오고 여름, 가을이 다가오면서 금세 겨울이 눈앞에 다가올 것이다. 삶은 그저 지나가는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간들이다. 삶은 그저 순간일 뿐이며 우리는 한순간 순간을 살고 있을 뿐이다. 눈앞에서 섬광처럼 지나가는 이 순간들을 어떻게 잘 살아내는 가가 우리 앞에 닥친 숙제이다.

어느새 이민역사가 길어지다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취재처에서 오랫동안 함께 호흡하며 가까이 지내던 취재원들이 벌써 10명이 넘게 세상을 떠났다. 죽음을 앞두고 사투를 벌이는 지인들도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광경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것은 안타깝고 가슴 저미는 일이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두렵고 내일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이런 상황이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닥쳐올 것이다. 그때까지 너나없이 순간순간을 잘 살다가 가야 할 일이다. 과연 어떤 것이 잘 살고 잘 죽는 것일까. 어느 전문가의 말대로 무작정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듯싶다. 남은 생을 최대한 풍요롭게 살찌우다 가야 한다.

부귀고 영화고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졌던 솔로몬 왕도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고 한탄했고, 죽지 않으려고 불로초를 구했다는 진시황도 죽음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또 고대 어느 황제는 꽉 쥔 주먹을 펴 보이고 죽었다. 마지막까지 움켜쥐려는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일깨우는 경고들이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위해 안달하고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 추하게 살지 말라는 뜻이다.

누구라도 내일 내 앞에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 열심히 인간답게 잘 살아야 하는 삶이다. 오늘 이 순간을 놓쳐버리면 미래의 내 모습은 황량하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라틴어에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대한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의미이다.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아직까지 살아있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 작은 일들도 헛되이 하지 말고 매순간 순간 행복을 느끼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가야 하겠다.

<여주영 뉴욕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