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립 가속화’, 한국정부 외교

2019-02-0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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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을 나타내는 거대한 도판이나 6.25 때 희생된 참전용사를 기리는 상징물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대신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독도 사진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영유권분쟁 중심에 있는 그 섬 말이다.”

알렉스 니일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이 대한민국의 국방부 청사를 방문했다. 그 때 맞닥뜨리게 된 광경에 대한 묘사다. 놀람이 지나쳐 당혹하기까지 했다는 것이 그의 숨김없는 표현이다.

북한 핵 위협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걸핏하면 완력을 자랑하는 중국은 더 큰 위협이다. 그 동북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둘 다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러니 기대했던 것은 보다 긴밀한 두 나라 간의 안보협력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방부에서 목도한 것은 일본과의 일전을 불사한다는 임전태세의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리더십은 공개적으로 ‘항일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뭐랄까.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 아닌 일본이라도 된 것 같다고 할까.

야전 점퍼를 입고 예하 부대를 방문해 일본이 도발하면 강력 대응하라는 한국국방부 장관의 모습도 그렇다. 그 말은 ‘대한민국의 주적( 일본’과의 ‘교전불사’로 비쳐지는 것이다.

한국의 오랜 우방이었던 일본이 등을 돌리고 있다. 시즌만 되면 정치적 편의(?)에 따라 발생해온 과거사 분쟁 정도가 아니다. 군사 안보관계 마저 흔들리면서 양국 군사관계는 이제 레드라인(red line)에 서 있는 위태로운 형국이다.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다.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지난해 말 동해에서 저공비행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대해 한국해군의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용 레이더 파를 쏘았다. 일본은 한국 구축함이 자국 초계기를 위협했다고 주장했고, 한국은 부인했다. 결국 진실게임에 들어갔지만 규명은 쉽지 않았다.

사실 과거에는 별문제도 아니었다. 그런 우연한 단순사건이 이렇게 커진 그 수면 아래로는 더 큰 요인이 잠복해 있다. 그 요인을 한국은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 “일본 지도자들이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국민의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이용하려들고 있다.”
아주 틀린 지적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을 희생양 삼아 군비증강 명분을 확보 하겠다’ ‘초계기 문제의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숙원인 개헌문제가 걸려 있을 수 있다’ 등등의 말이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 원인은 문재인정부의 마이웨이 식 안보정책과 의도적 반일 감정 조장에서 찾아진다는 것이 많은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한국사회에는 그렇지 않아도 반일정서가 만연해 있다. 그런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그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표퓰리즘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 결과로 보인다.”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가 대니얼 핑크스톤의 말이다.


경제가 말이 아니다. 미세먼지로 환경안보도 위기상항을 맞고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 타개책으로 문재인 정부는 반일감정을 부추겨 일본을 속죄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는 근시안적인 데다가 한국의 국가이해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부연의 설명이다.

아주대학의 국방문제 전문가 양욱 교수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국내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일본이슈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일본을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인 양 ‘적 만들어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거다.

한·일 군사안보 관계가 파국 직전까지 간 데에는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전략설정의 방향성에서 한일 양국은 정반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을 의식해 인도-태평양전략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의 일대일로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향설정과 함께 문재인 정부는 북한정책을 종래의 한-미-일 3각 동맹구도에서 벗어나 남-북-중 3각축으로 끌고 가고 있다. 그 정황에서 일본이 두 나라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한-일 공조를 제안하자 거부했다. 일본은 결국 ‘위북척일(衛北斥日)을 문재인정부의 노선’으로 인식, 한국과의 안보군사 노력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는 것.

여기서 그러면 한일 두 나라 안보전선의 대차대조표를 검토해보자. 한국과 등짐으로써 일본의 동맹전선에는 이상이 발생했나.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거기다가 호주, 영국, EU, 인도 등지로 동맹전선의 외연은 더 넓어졌다.

한국은 유일한 동맹인 미국과도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10억 달러 방위분담금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1조원(8억9,400만)만 내겠다는 거다. 그 자세가 자못 오연하다. 그래서 이런 의심마저 든다. 문재인 정부는 방위비 분담갈등을 계기로 혹시 주한미군 철수를 내심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든 전략에는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란 걸 갖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서는 그런 게 안 보인다.” 아시아타임스의 지적이다.

자주 강박증세와 민족공조 환상 속에 고립을 스스로 가속화 시키고 있는 문재인 외교. 그 궁극의 종착지는 도대체 어디가 될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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