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세먼지 한국

2019-01-18 (금)
작게 크게
사람들은 매일 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중 하나가 맑은 하늘이다. LA에 사는 한인들치고 날이면 날마다 보는 맑고 푸른 하늘에 감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요즘 한국에 와보길 권한다. 온 하늘이 뿌옇게 잿빛으로 뒤덮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온 세상이 우울한 잿빛으로 물들어 있고 불과 길 하나 건너에 있는 간판도 읽기 힘들다. 마스크를 해도 몇 시간만 밖에 나갔다 오면 목이 칼칼하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때문이다.

한국 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14일 서울 초미세 먼지 농도는 입방 미터당 126마이크로그램으로 2015년 정식 예보가 시작된 이래 최악이었다. 이에 정부는 15일까지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를 시행했는데 이 또한 2017년 이 제도가 마련된 이후 처음이다.


미세먼지는 한번 흡입되면 폐와 심혈관 계통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로 185개국 평균수명은 1.03년 줄어들며 한국은 0.49년, 인도 1.53년, 중국 1.25년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입방미터 당 25마이크로그램으로 주요국가 중 인도 90, 중국 54에 이어 세번째로 높으며 가장 낮은 핀란드의 4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미세먼지 유발 주원인인 석탄 발전 비중은 매우 높다. 영국 석유 회사인 BP에 따르면 한국의 석탄 발전 비중은 46%다. 이상적으로는 석탄에너지를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전체의 1.5%로 턱없이 부족하다. 1990년에도 1.1%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30년 가까이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OECD 등 주요국 46개국 중 45번째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이것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석탄에 비해 아직은 월등히 비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석탄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재생도 아니고 석탄도 아니라면 답은 원자력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 생태계가 무너져 가고 있음에도 이념적인 이유로 원자력 발전은 철회 불사를 외치고 있다. 지난번 체코에 가서는 국내 원자력 발전은 무사고라며 안전을 강조해 놓고 국내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남에게는 팔면서 자기 자식에게는 먹지 못하게 했다는 불량 알사탕 업주를 연상케 한다.

이런 모순된 모습에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은 원전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재개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이미 논의가 끝난 사항이라고 못박았지만 송의원은 작년 논의한 것은 신고리 5, 6호기며 신한울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맞섰다.

원전 반대자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그 이유의 하나로 들지만 그건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지진과 쓰나미로 그렇게 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미세먼지는 날마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미국은 바보라 원전을 계속하고 있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