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KY캐슬’ OST 하진 “‘위올라이’ 첫소절 소름끼치게 부르라셨죠”

2019-01-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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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OST 하진 “‘위올라이’ 첫소절 소름끼치게 부르라셨죠”

[서울=연합뉴스]드라마 SKY 캐슬의 메인 OST ‘위 올 라이(We all lie)’를 부른 가수 하진이 17일 오후 서울 망원동 작업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서진(염정아 분)은 시어머니 소개로 만난 로라 정에게서 김주영(김서형)의 정체를 알게 된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고 했던 '입시 코디' 김주영이 과거 '교통사고로 위장한 남편 살해 용의자'였다는 사실을.

그 순간 '위 올 라이~'(We all lie·우린 모두 거짓말을 하지)란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JTBC 금토 드라마 'SKY 캐슬' 오프닝과 '미친 엔딩'을 장식하는 OST 곡 '위 올 라이'는 쫄깃한 전개를 한층 소름 돋게 하는 화룡점정이다.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드라마 화제성과 함께 '위 올 라이'의 인기도 치솟았다. 인지도가 없는 가수가 영어로 부른 드라마 OST가 멜론 차트 50위권에 진입했고, 블로그에는 영어 가사 해석이, 유튜브에는 해금 연주 등 다양한 커버 버전에 피아노 악보까지 등장했다.

'이 음악이 들리는 순간, 다이소 매장은 샤넬 매장이 된다', '공부하면서 들으면 그냥 서울대 의대 갈 것 같이 엄청 집중된다' 등 재치있는 감상평도 쏟아진다. '차트인 진입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제 1위 가는 거죠? 쓰앵님(선생님)만 믿을게요' 등 극 중 대사를 패러디한 글도 넘친다.

'SKY 캐슬'이 발굴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수 하진(본명 정진하·31). '위 올 라이'가 길거리, 카페 등지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재생되지만 정작 노래한 가수의 이력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17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에서 만난 하진은 "홀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어젯밤 긴장해서 잠을 못 잤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SKY 캐슬' 대화에 드라마의 인기를 먼저 실감했다면서 노래가 주목받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고 했다.

"한번은 액세서리 가게에 갔는데, 이 노래가 나왔어요. 가게 사장님께 제가 부른 노래라고 하자 엄청 놀라면서 사인을 해달라시더라고요. 평소 잘 안 해봐서 연습까지 해서 사인을 해드렸어요. 하하."

그는 "사람들이 제 노래를 커버하고, 멜론 차트까지 진입하니 이상한 기분"이라며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어머니도 친척들 연락이 오자 '내 딸이 부른 거야'라고 좋아하시더라"고 웃었다.


'위 올 라이'는 'SKY 캐슬' 김태성 음악 감독이 프로듀싱하고 최정인이 작사·작곡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다. 몽환적인 전자음에 끈적하게 들려오는 하진의 목소리는 입시 전쟁으로 상징된 탐욕, 거짓된 삶, 무너진 가치관 등 인간의 나약함과 불안한 심리를 대변한다.

이를 풍자한 가사는 공감의 폭을 확장한다. 'Play with a mask to hide the truth/ People cheat each other. right?'(진실을 감추려고 가면을 써/ 사람들은 서로를 속여, 그렇지?)

하진은 "이 대목이 가장 공감됐다"면서 "저도 때론 가면을 쓸 때가 있고, 어른이 될수록 숨기는 게 생기는 것 같다. 선이든 악이든 서로를 속고 속이는 게 우리의 삶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이곡을 부른 것은 지난해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 OST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드라마 김태성 음악 감독이 'SKY 캐슬'을 작업하며 다시 '러브콜'을 보낸 것.

김태성 음악 감독은 그에게 "'위 올 라이'는 첫 소절부터 소름 끼쳐야 한다"면서 당시 이 드라마 한 장면을 보여줬다고 한다.

"예빈(이지원)이가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훔친 과자를 밟아서 터뜨리고 그걸 본 우주 엄마(이태란)가 경악하는 모습이었어요. 앞뒤 맥락을 모른 채 이 장면만 봤을 땐 무척 불편했죠. 아이들은 옳고 그런 게 뭔지 모르고 그 모습을 본 어른은 경악하지만 컨트롤을 못하고요."

그는 "직설적인 메시지여서 힘을 줘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역설이 드러나야 하니 감정적으로 부르지 말라는 디렉션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가 삽입됐는지 확인하려고 첫회를 봤다가 영재 엄마(김정난) 자살이란 충격 엔딩에 '본방 사수'를 하게 됐다고 했다. 가장 통쾌한 장면으로는 "캐슬에 사는 가정의 부모들이 혜나(김보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뒤엉켜 싸우는 모습이었다"고 떠올렸다.

이 노래로 대중과의 접점을 찾았지만 그는 10여년 간 음악의 테두리에서 살았다.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여러 가수의 공연 코러스를 했고, 영화 음악에 참여했다. 엠넷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 출연해 배틀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재미있는 이력은 광고 CM송을 10년째 불렀다는 것. '카페에서 무슨 생각을~'로 시작하는 카누, 전지현이 출연한 옥수수 수염차, 유준상이 등장해 '판타스틱~'이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하나SK카드 광고 배경음악이 그의 목소리다.

2015년 첫 밴드 토마토크라운을 거쳐 이듬해 밴드 오가닉사이언스를 결성해 활동 중이며, 솔(Soul) 기반 3인조 보컬 그룹 림하라로 올봄 첫 앨범을 준비 중이다.

그는 한때는 자신의 길이 아닌가 하는 힘든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란 고민이 있었어요. 요가와 필라테스를 좋아해 강사 자격증을 딸까도 생각했죠. 지난해 상반기에 그런 감정이 치솟았는데 거짓말처럼 7월 '손 더 게스트' OST가 들어왔고 'SKY 캐슬'까지 이어졌어요."

그는 '위 올 라이'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 자신에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해줬다"며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이 곡의 'What you want for the world/ Money, Honor, Beauty'(네가 세상에서 원하는 게 뭐야/ 돈, 명예, 아름다움)이란 가사처럼 음악인으로서 바람을 물었다. 그는 "오래 노래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휴대전화 안에 있는 소리꾼 장사익의 글을 읊어줬다.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은데, 오래 가는 가수가 적은 것은 노래의 의미가 결여됐기 때문이죠. 멋지고 화려해서 인생이 아니라 애환이 있어서 인생이죠. 노래는 그것을 위로하는 겁니다'란 말씀을 봤죠. 제가 훌륭한 가수는 아니지만 오래 노래해서 언젠가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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