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병 걷어찬 이승우… 후배 보듬은 형님들

2019-01-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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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전 교체 출장 불발되자 신경질적 반응 논란

물병 걷어찬 이승우… 후배 보듬은 형님들

이승우(가운데)는 조별리그에서 단 한 번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연합>

“잘한 행동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해는 됩니다.”(기성용)

“축구 열정이 커서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아요.”(황의조)

무릎을 다친 나상호(광주) 대신 벤투호에 극적으로 합류한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까지 뛸 기회를 얻지 못하자 결국 물병에 화풀이하고 말았다. 선배들은 후배의 철없는 행동을 넓은 아량으로 품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중국과 조별리그 C조 최종 3차전에 이승우를 기용하지 않았다. 나상호 대타로 전격 호출 받아 지난 7일 급하게 아부다비에 도착한 이승우는 그날 치러진 필리핀과 조별리그 1차전에 바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출전 기대감을 높였으나 결국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벤치를 지켰다. 이날 중국과 최종전에서도 후반 교체투입을 위해 사이드라인에서 몸을 풀었으나 끝내 벤투 감독의 부름은 없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지동원과 주세종을 차례로 교체 투입한 뒤 후반 막판 손흥민을 빼내면서 마지막 교체카드를 구자철에 썼다.

호출에 대비해 그라운드 밖에 몸을 풀고 있던 이승우는 몸을 그만 풀고 돌아오라는 신호가 나오자 실망한 듯 벤치로 복귀하면서 신경질적으로 들고 있던 정강이 보호대를 집어던지고 물병을 걷어차는 경솔한 행동을 했다.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신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지만 자칫 감독에게 불만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행동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선배들은 이승우의 행동을 아쉬워하면서도 후배의 열정을 보듬어 안았다.

해당 장면을 보지 못한 기성용은 관련 질문을 받자 취재진에게 “어떻게 했다고요?”라고 되물은 뒤 “선수로서 충분히 이해한다. 물론 잘한 행동은 아니다. 잘 타이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토너먼트가 끝날 때까지 여기 있는 선수들은 모두 필요한 존재”라며 “잘 얘기해서 문제가 없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의조는 “승우가 물병을 찰 때 옆에 있었다”며 “승우도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축구 열정이 커서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다. 기회가 온다면 충분히 자기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승우는 워낙 잘 알아서 하는 선수다.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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