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이비 기피증세의 미국

2019-01-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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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가 벅차다. 각종 지표들은 계속 하강세를 그리고 있다. 먹구름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고 할까.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떨어지는 것은 출산율이다.
2008년에서 2016년의 기간. 대 불황(Great Recession)시기가 그랬다. 그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났다. 경제성장의 엔진소리는 요란하다.

과거 같으면 출산율도 다시 오른다. 베이비 붐 시대가 또 다시 온다고 할까. 그런데 불황을 벗어난 2016년 이후 미국의 출산율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합계 출산율은 2.1명이다. 미국의 출산율은 1.7명으로 머지않아 1.5~1.4명으로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산문제에 있어서는 산업선진국가들 중 예외였다. 그러던 미국이 ‘저출산’이라는 다른 선진산업국의 패턴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출산율은 사상 최저수준을 맴돌고 있다.

‘이민그룹 여성의 출산율은 높다’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여 유타, 하와이 등의 출산율은 타 지역에 비해 높다’-. 미국의 인구동향과 관련해 굳어져 있던 하나의 상식이었다.

더 이상 아니다. 이민그룹, 소수계 그룹 여성들도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다. 저출산은 이제 백인에, 고학력의 일부 여성에 국한돼있지 않다는 거다.

무엇이 이 같은 상황을 불러오고 있나. 결혼패턴이 달라졌다.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20대 여성의 출산이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30대 여성의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서 새삼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오늘날 미국의 젊은 세대는 베이비 기피증세라도 걸린 것인가 하는.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젊은 세대는 가장 이상적인 자녀수를 2.6명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변하지 않고 있는 이상적 자녀수다. 그러니까 최소 2명에서 3명 이상의 자녀를 두기를 오늘의 젊은 세대도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의 여러 어려움이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그 진단이다. 오늘날 미국의 젊은 세대는 빚더미에 앉아있다. 학자금 융자 빚이 그것이다.


젊은 세대가 떠안고 있는 학자금 융자 총액은 1조5,000여억 달러로 그 빚 갚기에 바쁘다. 그러니 결혼은 엄두도 못내는 케이스가 하나 둘이 아니다.

날로 치솟고 있는 주택비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거기다가 차일드 케어 비용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때문에 전통적인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

미국 이야기는 그렇다고 치고,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명을 밑돌고 있다. 한국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35개국 평균 1.68명을 크게 하회, 압도적 꼴찌다.

무엇을 말하나.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은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헬조선’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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