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청 “탈원전 안 바꾼다”… ‘원전 재개론’에 브레이크

2019-01-15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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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신한울 공사 재개”, 야3당 “탈원전 재검토를”

▶ 청 “공론화 논의로 정리” 전문가 “도그마 탈피해야”

당청 “탈원전 안 바꾼다”…  ‘원전 재개론’에 브레이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두 번째부터)과 송영길 의원이 11일 서울 팔래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당청은 14일 여당 일부 의원의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론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탈(脫)원전 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용 악화에 대해 “아픈 부분”이라면서도 경제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탈원전 정책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데도 기존 정책 고수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11일 원자력계 신년 인사회 특별 강연에서 “오래된 원자력과 화력 발전을 중단하고 신한울 3·4호기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전 생태계 고사를 막고, 안정적 에너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한울 원전 공사 재개’를 제안한 것이다. 송 의원은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중지로 원전 기자재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원전의 안전한 운영과 수출을 위해선 원전 기자재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도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설계와 부지 조성도 돼있는 데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라며 ‘그런 정도는 시행하는 게 어떨까 하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고 가세했다. 다만 민주당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산업육성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1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송 의원의 신한울 원전 발언은 시대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동안 학계와 산업계는 “새만금 내 태양광 건설보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제성이 최소 10배 이상”이라며 공사 재개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탈원전’ 방침에 따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데 이어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백지화했고, 기자재 4900억원이 투입된 신한울 3·4호기도 공사 중단한 상태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14일 송 의원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 제안을 환영하면서 정부에 탈원전 정책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용기 있게 발언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탈원전에 따른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하루라도 빨리 신한울 원전 건설을 재개하고 탈원전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탈핵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사회 정책 중 하나”라며 “송 의원은 문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중단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청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둘러싼 여권 내부 이견 노출과 관련,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서 정리가 됐다”며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공론화위 숙의를 거쳐 재개된 신고리 5·6호기 외에 신한울 3·4호기 등 추가 원전 건설을 백지화한 정부의 결정을 재고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필요성을 언급한 송 의원 발언에 대해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에너지 정책 전반은 많은 논의와 공론화위원회를 거치며 추진해온 것”이라며 “무슨 정책이든 시행 과정에서 보완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보지만 지금 쉽게 정책을 전환할 만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데 (신한울 3·4호기 사업 중단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결정된 것이기에 검토는 좀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북 울진에 있는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교 학생들이 문 대통령 앞으로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일자리가 줄지 않게 해달라’는 손편지 111통을 써서 하루 다섯 통씩 동네 우체국을 통해 청와대로 부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문재인정부는 탈원전 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 당초 제시한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뿐 아니라 탈원전 운동가들을 비롯한 기존 지지층의 이탈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에 기존 정책을 고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는 그러나 일자리를 만들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탈원전’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정책을 보완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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