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실서 카드게임·강당 모여 비디오 보기도

2019-01-15 (화) 김철수·신은미 기자
작게 크게

▶ 절반 이상이 결석···행정직원이 자율학습, 학부모들, 자녀들 학교 보내야 하나 갈등

▶ ■ 교사파업 타운내 공립교 가보니 ···

교실서 카드게임·강당 모여 비디오 보기도

LA 교사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4일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여 카드 및 퍼즐 게임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친구들이 반 이상 등교를 하지 않았어요”(3가 초등학교 한인 재학생)

“학생이 학교를 가야하는데 만약 교사 파업이 오래 지속된다면 너무 문제가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 한인 학부모)

LA 통합교육구 소속 총 3만5,000여 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30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14일 LA 한인타운 지역 학교들에서는 교육구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와 함께 정상수업 여부를 궁금해 하는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한숨 소리가 하루 종일 교차했다.


LA 교원노조 소속 교사들이 일제히 파업에 동참하면서 한인타운을 포함한 LA 전역의 초, 중, 고교들에서 교사 부족으로 여러 클래스가 하나의 반으로 통합해 수업이 진행되거나 강당에서 비디오 시청과 체육활동으로 대체되는 등 총파업 여파가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를 비롯한 한인타운내 일부 학교에는 정규 교사가 모두 파업에 참여해 행정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만이 학년별 통합 수업을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이날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에는 모든 교사들이 파업에 동참한 가운데 행정직원 18명과 자원봉사자 7명 등 25명만이 학생들을 학년별로 한 교실에 모아놓고 자율 학습과 카드놀이 등 활동을 지도했다.

이날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약 3분의 1만에 학교에 나오는 등 각 학교마다 빈자리가 속츨했다.

이와 함께 총파업 개시로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의 등교를 거부해 대부분의 학급에서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으며, 교육구내 교육환경 개선을 지지하는 학부모들은 학교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변화의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에게 간식과 따뜻한 차를 제공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3가 초등학교 앞에서 시위하는 교사들에게 차를 제공한 한인 할머니는 “교사가 없어서 아이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합반) 난리였다”며 “수업은 안하고 비디오만 보여준다고 해서 10시 쯤 손녀를 픽업해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일선 교사들은 교육구에서 한 약속과 달리 교사경험이 전무한 대체교사를 투입해 학생들에게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3가 초등하교 이중언어 담당 교사는 “교사가 부족하다 보니 교육구측이 돈은 돈대로 지불하면서 검증이 되지 않은 교사들을 보낸 것 같다”며 “맞벌이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을 수 밖에 없는데 하루 종일 비디오를 시청하는 등 파업이 장기화가 될 경우 피해는 막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인부모들은 총파업 첫날부터 교사 부족으로 합반을 하거나 야외 수업으로 대체하는 등 자녀들이 수업에 차질이 발생하자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학교에 등교를 시켜야 할지에 대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가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손녀를 둔 크리스틴 명씨는 “교사들의 처우개선은 결국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손녀를 등교시키지 않는 것이 파업중인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겠으나 맞벌이 가정에서는 어려운 일이라 아이를 계속 등교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학부모 김모씨는 자녀가 급우들의 절반 이상이 등교를 하지 않았다고 투덜대자 “내일부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걱정했으며 “당분간은 교사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등교 거부를 할 수도 있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아이들의 교육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다. 원만한 합의로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수·신은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