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들어 여전히 ‘휴가중’ 업소들… 혹시 폐업?

2019-01-15 (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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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바시장 내 한인업체, 50개 안팎 문 안 열여

▶ ‘연말 휴가 폐업’우려 커

“지금까지 매장 문을 열지 않았다면 사실상 폐업이다.”

새해가 시작된지 2주가 지났는데도 굳게 닫힌 업체들이 자바시장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명 ‘연말 휴가 폐업’ 업체들이 자바시장에 나타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불경기에 따른 후유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4일 한인 의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해 업무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문을 열지 않고 ‘휴가중’인 업체들의 수는 대략 5%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한인의류협회 사무국의 자바업소록에 등재된 의류업체 수가 1,548개. 이중 한인 업체들이 70%인 1,080개 정도임을 감안하면 ‘연말 휴가 폐업’ 업체는 어림잡아 50개 안팎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자바시장내 쇼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업주는 “주변에 아직도 문을 열지 않고 있는 매장이 3곳이 있다”며 “2곳은 폐업한 것이 확실하지만 다른 1곳은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연말 휴가 폐업’이 나타나게 된 주된 원인으로는 지난해 자바시장의 경기가 연말 샤핑 시즌에 들어서도 하향 곡선을 그리며 불경기를 이어간 것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진율이 줄어들면서 수익 악화를 겪게 된 한인 업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자바시장내 중국계 의류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인 의류업체들의 거래처를 잠식해 나가면서 흔들린 업체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 한인 업체들의 경우 중국계 의류업체와 가격 경쟁이 가능했지만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중소형 업체들의 매출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더 컸다. 한인 의류업체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매출의 이원화 현상이 깊어진 탓이다.

결국 통상 1월이 비수기에 해당되는 시기여서 지난해 연말 시즌에 매출 만회를 하지 못한 업체들이 크리스마스 휴가 전후에 폐업을 결정하면서 ‘휴가 폐업’에 들어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매장 임대 기간이 대개 12월 말로 정해지다 보니 ‘연말 휴가 폐업’ 현상이 1월에 집중되는 경향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연말 휴가 폐업으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말 휴가 폐업’으로 새해부터 졸지에 직장을 잃은 업체 직원들은 물론 미수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의 금전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문을 닫은 매장들이 모두 폐업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매장 임대 계약 만료로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에 위해 문을 닫을 수도 있고 새로운 한인 업체가 들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 신중론을 펴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인 의류협회 차원에서도 ‘연말 휴가 폐업’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의류협회 회원업체가 휴가 폐업에 관련될 가능성을 놓고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한인 의류협회 영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자바시장내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는 업체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 업체들이 ‘연말 휴가 폐업’인지는 협회 차원에서 상황을 파악한 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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