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2019-01-15 (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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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2018년 중간 선거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더 마이웨이를 달리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 불법 월경자들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비 57억 달러를 주지 않으면 민주당 주도의 예산안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조만간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80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무급 업무를 보거나 무급 휴가의 상태에 있다. 최악의 경우 1월 안으로 연방 정부 셧다운이 풀리지 않으면, 선망의 직장 연방 공무원들은 렌트비나 주택 모기지를 내지 못해서 신용이 추락하고 자칫 거리로 나 앉거나 신용 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스냅(푸드 스탬프)에 의존해 살고 있는 노인들과 극빈층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마이웨이는 전통적인 공화당 민주당 세력들의 반대에도 시리아 철군을 명령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진영과 백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하고 소수계와 이민자들의 표를 의식했던 전통 공화당 주자들을 누르고 공화당 예비선거를 이겼다. 그리고 소수계, 이민자, 진보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분열시키고 힐러리를 구태의 워싱턴 기득권으로 몰아가면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특이한 것은 보수와 진보 유권자 모두 화려한 경력의 대선 후보들을 척결해야 할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보수는 트럼프, 진보는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다는 것이고 둘 다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노선인 세계화와 미국의 개입주의에 강력히 반대했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성의 가치를 놓고서는 진보와 보수가 서로 상반된 입장이다. 그러나 수백년 형성되어온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득권 카르텔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 그리고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엄청난 분노를 보였다는 것이다.

기원전 146년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숙적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절대 제국이 된 로마의 원로원은 전쟁의 열매를 게걸스럽게 따먹으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절대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평민들은 오랜 전쟁에서 시민군으로 열심히 싸우고도 더 가난해진 자신들을 보면서 분노했다. 대부분의 로마 시민군은 자작농이었다. 그러나 카르타고와 3차 포에니 전쟁을 하는 동안 그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였고 전쟁에서 돌아와서 빈민으로 전락하고 원로원 귀족들은 헐값으로 그들의 농지를 매입하고 대규모 노예 농사를 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다음은 농지법 통과를 요구하는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의 연설 일부분이다.

“들에서 풀을 뜯는 짐승조차 쉴 곳이 있는데, 로마를 위해 싸우고 죽는 병사들은 공기와 햇빛 말고는 아무것도 누리지 못하고, 집도 안식처도 없이 처자식과 함께 거리를 떠돌고 있다. 우리의 로마군들은 결국 원로원을 비롯한 기득권들의 부와 사치를 지켜주려고 싸우다 죽는 꼴이다, 그들(로마군)은 세상의 주인이라고 불리지만 그들에게는 자기 것이라고 부를 흙 한덩이도 없다.“

그러나 그라쿠스의 개혁은 기득권을 지키고자 한 원로원 세력들에 의해 처절하게 도륙당했다. 그리고 도망갔다가 간신히 살아남아 바닥부터 시작하여 집정관이 된 시저(카이사르)를 제거하려 하자 갈리아 원정에 나섰던 시저는 원정군과 함께 루비콘 강을 건너 원로원이 내세운 폼페이우스를 제압하면서 로마의 원로원과 공화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니라 반 기득권 입장에서 미국의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분노의 표출이었다. 그때 트럼프는 백만장자였지만 기득권 세력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를 위해서 미국을 정지시키고 있는 대통령을 보면서 반 기득권 투표를 했던 유권자들과 시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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