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 중시의 조직 문화

2019-01-15 (화) 윤만호 EY한영회계법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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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시의 조직 문화

윤만호 EY한영회계법인 고문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와 취업대란이 맞물려 탄생한 조어 중에 ‘페이스펙’(Face + Spec=facepec)이라는 말이 있다.

페이스펙을 확보하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이력서 사진을 수정하는 이른바 ‘뽀샵’을 하거나 아예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얼굴이 중요한 시대이다. 얼굴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취준생들이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 얼굴은 프로필(profile)이라고 하고 실제 얼굴은 페이스(face), 실제와 다른 또 다른 얼굴은 마스크(mask)라 부른다.

정치인들의 경우 프로필사진과 선거 전 유권자 앞에서의 정중하고 예의 바른 얼굴, 그리고 선거 후 힘 있는 자로서 국민을 대하는 얼굴이 다른 경우가 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입사원서의 사진과 오너 앞에서의 얼굴, 부하 앞에서의 얼굴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요즘 세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기준으로 볼 때 성장·부흥·발전의 시기를 지나 안정·재편·조정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신자유주의가 종식되고 규제 중심의 새로운 세계 질서가 조성됐다. 이후 세계화와 반세계화,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통보수와 진보혁신 등이 대립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국가나 기업이 성장할 때는 조직 내에 긍정과 열정의 힘이 커서 기대하고 원하면 그대로 이뤄지는 이른바 피그말리온 효과가 많이 적용된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전통방식을 수정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등 포용성장에 관심이 커 조직마다 진보와 보수가 나눠지고 노사가 대립해 양분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이런 경우 조직에서는 스티그마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는 한번 나쁜 사람으로 간주하면 스스로 나쁜 행동을 하게 되는 조직심리 현상이다.

기업경영에서는 사람이 최대의 자원이다. 기업이 고객 만족을 달성하려면 우선 종업원의 만족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구미기업에서는 사람중시(Putting People First·PPF)의 조직문화를 중시해왔다.

리더십의 구루로 칭송받는 데일 카네기는 조직 구성원은 보너스보다 칭찬받는 것을 더 좋아하고 현명한 직원들에게 하루하루를 새로운 인생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빌 클린턴과 앨 고어가 대통령 선거 캠페인 때 사용한 슬로건도 바로 ‘Putting People First’이다.

정부의 힘이나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므로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다. 성장 이후 성장의 후유증이 나타나거나 격변의 시대일수록 사람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로 연결과 협력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사람중시 프로그램(PPF)의 주요 내용에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고용조건, 조직 내 권한의 하부위임, 공정한 보상, 연수 및 교육 기회의 확대, 직급이나 호칭 차이 축소, 원활한 정보의 공유 등이 포함된다.

사람중시 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조직의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해주는 기업문화이다. 인력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조직의 내일은 없다. 코페르니쿠스적인 기술변화를 겪고 있는 작금의 시기에는 특히 사람중시의 기업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왜냐하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것도, 새로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결실을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몫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람중시 조직에서는 조직 내의 세 얼굴(profile·face·mask)이 비로소 하나가 돼 사람답게 사는 환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만호 EY한영회계법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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