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딜’ 브렉시트 대비해야

2019-01-15 (화)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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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도 EU 탈퇴 가능성 크고, 미중 통상갈등 여파 올 본격화 전망

▶ 세계경제·무역환경 크게 나빠질것, 성장 버팀목 수출살리기 나설 필요

‘노딜’ 브렉시트 대비해야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새해 들어 한국 내외 여러 기관들이 세계 경제의 악화를 전망하고 있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 이하가 확실하고 중국 경제도 잘해야 6%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통상갈등의 여파는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미중은 일시 ‘휴전’을 선언하고 고위급협상을 하고 있지만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유럽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노딜(no deal)’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에 이어 이탈리아가 영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리스크 때문이다. 인기영합적인 공약으로 집권한 이탈리아 정부는 EU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예산안으로 인해 EU와 충돌해 EU 탈퇴까지 내비쳤다.


이탈리아 집권 연합정권은 복지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4% 규모의 예산안 적자를 설정했으나 구제금융을 받은 처지에 방만한 지출을 EU가 문제 삼으며 양측 간 갈등이 빚어졌다. 브렉시트로 내부 단합이 필요한 EU가 ‘이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탈리아도 일부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해 지난 연말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브렉시트 다음으로 이렉시트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으로 영국보다 이탈리아가 취약한데다가 EU 회원국 및 유로화 가맹국으로서 이탈리아가 부담해야 할 의무가 만만찮아 선거 때마다 ‘오성운동’과 같은 정당이 EU와 적대적인 공약을 들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사정이 안 좋으면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이렉시트를 공약으로 내건 정당에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EU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막대한 피해를 입도록 해 이탈리아 국민들이 이렉시트에 기울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EU가 영국을 매몰차게 몰아내기도 어렵다. 협상 타결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도 엄청난 피해를 보지만 영국 못지않게 EU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EU GDP의 최소 1% 이상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일랜드·네덜란드 등 영국과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까웠던 국가들의 타격은 더 클 것이다. 케임브리지 등 영국 내 유명 대학의 EU 회원국 학생 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우수학생 유치 애로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유제품의 80%를 영국으로 수출하는 아일랜드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수십억유로에 달하는 농업 분야 지원액을 EU에 신청할 예정이다.

브렉시트의 고통을 보여주면서 EU 회원국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렉시트 후 ‘당분간’ 영국이 EU 관세동맹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인 백스톱(안전장치)을 지난해 11월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에 포함시켰다.


여기서 양측이 시한을 못 박지 않고 당분간 관세동맹체제 유지를 결정한 것이 영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완전 탈퇴를 고수하는 강경파들은 시점 없는 어중간한 합의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테리사 메이 총리는 합의안 의회비준을 처리하려 했으나 워낙 반발이 심해 접었다가 다음주 의회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000억달러 수출실적에 고무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부평 소재 수출강소기업을 방문해 향후 수출 7,000억달러 달성 의지를 피력했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올해의 수출환경은 지난해보다 크게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은 6%(1~11월) 증가했고 특히 미중 간 통상마찰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수출은 17%나 늘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할 것을 예상한 중국이 밀어내기 수출을 했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지역으로 수출을 늘려 수출 7,0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내수와 투자가 최악인 상황에서 수출 버팀목도 무너지게 되면 2% 성장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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