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이나 패러독스와 한(漢)지상주의

2019-01-1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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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달 표면에 오성홍기를 꽂아라.”

2019년 신년벽두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의 달 뒷면 착륙기사다. 인류가 쏜 탐사선이 달 뒷면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의 각급 SNS는 ‘중화의 자부심’이 넘치는 글로 도배됐다.

같은 시점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전쟁에 대비하라’는 신년사설을 실었다. 시진핑이 신년을 맞아 집권 이후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과 거의 같은 타이밍에 그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중국이 지배적 세력으로 그 위상이 높아간다. 그럴수록 더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은 차이나 패러독스(China paradox)다.” 미국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우주탐사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다. 그 중국에서 들려오는 것은 그런데 백여만의 위구르인을 집단 수용소에 보내는 등 가혹한 인권탄압 뉴스다. 더 큰 패러독스는 세계화를 추구하면 할수록 중국은 13억이라는 중국 인민을 더욱더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려 들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처럼 차이나 패러독스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독소적인 초(超)중화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바로 주범이다.” 더 힐지의 진단이다.

한(漢)족은 중국내 어느 민족보다도 문화적으로, 또 인종적으로 우수하다. 중국 밖의 이민족은 말할 것도 없다. 이 한(漢)중심주의(혹은 한 지상주의)의 이데올로기가 독소적이라는 것은 ‘한(漢)이 아닌 것’, 그러니까 비(非)한적인 것은 모두 적이란 극단의 배타적 개념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데올로기는 국내적으로는 소수민족 탄압을 정당화 시킨다. 해외정책에서는 중국보다 작거나, 약하다고 인식되는 나라에 대한 거침없는 주권 무시로 표출된다.

남중국해에서의 완력외교가 그 한 예다. 걸핏하면 인근의 작은 나라들에게 근육자랑을 한다. 그럴수록 대중의 갈채가 쏟아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과의 일전도 불사하라는 식으로. 중국의 블로그들을 뒤지면 중화(中華)를 찬양하는 한 중심주의로 넘쳐난다. 왜 대중은 갈채를 보내나. 그만큼 한 지상주의에 집단적으로 세뇌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점의 차이는 너무나 근본적이고 그 갭이 너무 크다. 아마도 이것이 미국과 중국 간의 신 냉전의 주요인이 아닐까.”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의 해다.
개혁개방 40년에 천안문사태 30주년의 해다. 그 2019년을 맞아 미래학자 로버트 카플란이 한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무역전쟁이란 차원을 넘어 군사적 대립,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카플란의 진단이다. 그 근본원인을 그 역시 과도한 중화민족주의 만연에서 찾았다.

덩샤오핑에서 후진타오 집권에 이르는 기간 중국은 연성(soft) 권위주의 체제였다면 시진핑이후 중국은 강성(hard) 권위주의 체제로 전이됐다.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 국민을 감시하는 체제 구축이다. 그리고 중화민족주의 고창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간극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진단하면서 미-중 신냉전은 자칫 ‘열전(hot war)’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굴기(rising)하는 중국보다 조락(declining)하는 중국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중산층이 두터이 형성됐다. 그런 사회일수록 사회적 변화가 발생하면 정치적 불안은 더 크다. 새뮤얼 헌팅턴이 일찍이 한 예언이다.

중국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 관련해 오는 2020년대에 예견되는 사태는 전례 없는 정치, 사회적 긴장이다. 40년 경제개혁으로 중산층이 많아진 상황에서 특히. 그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나. 중화민족주의, 한 지상주의에 불을 지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거다.

‘왜 뜬금없는 호전적인 발언이 잇달아 베이징에서 나오고 있는 것일까- 지난달 20일 중국군의 한 예비역 소장은 남중국해 분쟁해결 차원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두 척을 격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새해 들어 시진핑은 대만공격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 일련의 발언과 관련해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이후 특히. 1인 독재 체제하에서 그 책임은 1인자에게 모두 돌아갈 수 있다. 모면책이 없을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대만이다. 그 대만을 불쏘시개로 중화민족주의에다가…’ 중국문제 전문가 고든 챙의 진단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모순으로 점철됐다. 중국 내 상황이. 그 모순은 날로 커간다. 그 와중에 강조되고 일부러 조장되는 것은 한 지상주의다. 그 독소적 중화 이데올로기는 차이나 패러독스를 날로 심화시키면서 인도태평양지역의 불확실성을 날로 가중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흉흉한 파도 너머로 보이는 대한민국호가 그렇다. 꽤나 위태위태해 보인다. 대미, 대일외교는 아예 증발됐다. 한국외교의 대일 라인은 적폐로 몰려 사라졌다. 대미 라인은 매일같이 실시되는 보안조사로 식물인간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그 정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다. 그리고 베이징이다. 세계 유일의 주권국가는 중국밖에 없는 듯 유아독존적인 그 시진핑의 중국말이다. 그러니….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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