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존중’도 업무다

2019-01-14 (월)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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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도 업무다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세상에서 존중받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갈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존중하는 문화가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뿌리내리기를 누구나 기대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고 네 번째 단계를 존중의 욕구로 꼽았다. 존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아실현 하고자 하는 열망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가. “당신은 존중받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과연 모두가 “그렇다”고 답할지는 미지수다. 전화 상담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욕설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한다. 기록적인 불볕더위에 “택배 배달은 계단을 이용하라”는 고층건물 관리자, 이유 없이 경비직원에게 폭행을 일삼은 입주민이 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공자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바라지 말라(기소불욕 물시어인)”고 말했다. 성경에서도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전하고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존중을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바다라는 녹록하지 않은 업무 환경에서 동료 간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국민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기에 존중을 첫 번째 핵심가치로 삼기를 소망한다. 국민이 주인인 시대를 맞아 국민을 귀하게 여기고 한 분 한 분의 진심을 헤아려 바다를 안전하고 깨끗한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장을 다니면서 해양경찰의 무리한 단속에 대한 불만을 듣노라면 국민 앞에 면목이 없을 때가 있다. 궂은 날씨에 풍랑과 싸워가며 고기 잡는 어민들, 시원한 바다를 찾아 여가를 즐기는 분들도 마땅히 해경이 존중해야 한다.

이분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배우자이며, 부모 또는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안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기에 이들의 생업과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존중과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미리 예방활동을 하며 극히 작은 위반사항에 대해 일깨워 주기도 한다. 단속이 필요하면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 등 피의자의 권리를 알리는 등 적법절차를 거쳐 인권침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존중을 업무로 정착하려는 이유는 법 집행과 생명구조 업무의 품격을 높이기 위함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이 있다.

해양경찰의 업무를 구조중심으로 개편하는 것도 바다에서 국민들이 위험에 빠질 때 신속하게 구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 또한 국민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해양경찰에게는 존중도 업무다.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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