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튬이온 전지, 용량 크지만 추우면 속도 느려지고 방전 빨라져

2019-01-07 (월)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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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켈류 전지와 달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완전 방전 후 충전할 필요없어

▶ 양극·음극 분리막 파손되면, 폭발하는 근본 문제점 있어, 안정성 강화가 숙제

리튬이온 전지, 용량 크지만 추우면 속도 느려지고 방전 빨라져

배터리가 1회용 건전지에서 충전지로, 그리고 리튬이온전지로 진화하면서, 이젠 자동차까지 배터리의 힘으로 주행할 수 있게 됐다.

리튬이온 전지, 용량 크지만 추우면 속도 느려지고 방전 빨라져

스마트폰 사용자들 중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 요즘 배터리가 유독 빨리 방전된다고 느낀 이들이 많을 것이다. 배터리 수명이 다 된 건 아닌지, 충전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원인을 찾으려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도 별 이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은 주변 온도가 낮아지면 화학반응 속도가 떨어져 금세 방전되는 배터리 고유 성질 때문에 발생한다. 배터리 속에 숨겨진 과학에 대해 알아봤다.

과거 충전지는 완전 방전 후 충전해야

배터리는 현대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 됐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시계, 청소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들어가고, 이젠 자동차의 주동력원으로까지 사용된다.


가장 널리 사용됐던 1차 전지(알칼리 전지, 수은 전지 등)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 용량이 큰 장점이 있지만, 한번 사용하면 화학반응이 끝나는 성질 탓에 1회용으로만 써야 했다. 잦은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휴대용 전자제품이 늘어난 지금 상황에선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빠르게 상용화된 게 2차 전지다. 1차 전지에 비해 전기 저장량이 적고 가격도 높지만, 반복해 사용할 수 있어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다. 납축 전지, 니켈 카드뮴 전지, 니켈 수소 전지, 리튬계 전지 등이 대표적이다.

충전, 즉 외부에서 전류를 흘려 주면 화학반응이 역으로 발생, 다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성격을 갖고 있다. 1차 전지처럼 전해액에 이온이 녹아 있는 형태와 다르게 분리막으로 양극(+)재와 음극(-)재가 나뉜 상태에 있어, 이온 이동이 가능해 충전과 방전이 일어날 수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충전식 전지는 주로 양극 소재로 니켈을 사용했다. 스웨덴 과학자 발데마르 융너가 1899년 최초로 발명한 니켈 카드뮴 전지는 양극에 산화니켈을, 음극에 카드뮴을 사용했고, 알칼리 전해액으로 이를 분리했다.

니켈류 전지는 사용방법에 따라 전지 수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 번 충전한 뒤 완전히 방전시키지 않고 충전을 하게 되면, 최근 충전된 용량을 제 용량인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용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킨 뒤 충전을 해야만 했다. 이런 불편함을 겪은 이들은 아직까지도 모든 충전지를 완전히 방전시킨 뒤 충전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리튬 배터리, 폭발 위험에도 뛰어난 성능

이런 강박관념에서 해방시켜 준 배터리가 리튬전지다. 휴대폰, 노트북 등 휴대용 제품 사용이 증가하자, 배터리 용량 부족의 문제를 안고 있던 니켈 중심의 배터리는 버티기 어려워진다.


리튬전지는 같은 크기의 니켈 카드뮴 전지보다 용량이 약 3배 높고, 메모리 현상이 거의 없어서 잘못된 사용 패턴으로 인한 배터리 용량 감소가 없다. 노트북 사용 시간이 1시간 정도에서 2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배터리 성능 차이가 커졌다.

청소기 연결선이 사라진 ‘코드리스’ 제품이 보급된 것도 리튬전지 덕분이다.

또 리튬전지는 배터리 모양도 원통형, 동전형, 핀형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다. 리튬이 칼로 자를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금속이어서 외관 변경이 가능하다.

사실 리튬제품은 미국 뉴욕주립 빙엄턴대 연구진이 1970년대 이미 개발했다. 당시엔 이황화티탄을 양극으로, 금속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해 제조했다. 그러나 리튬 소재는 폭발성이 강해 항상 위험이 뒤따랐다. 그래서 안정화 방안을 찾는 연구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에 코발트 산화물 층 사이 리튬을 끼워 넣는 형태인 리튬코발트산화물을, 음극은 흑연 등을 채워 안정성을 일단 확보한 상태다. 즉 충전할 때 리튬 덩어리가 아닌 작은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들어가고, 방전 과정에서는 양극으로 움직여 전류를 만드는 형태여서 폭발 위험이 극히 낮아진다. 리튬이온 방식 전지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리튬계 전지는 여전히 양극과 음극 분리막이 파손되면 폭발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했던 갤럭시 노트7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잘못된 배터리 설계 탓이었다. 그러나 이 만한 효율을 가진 소재는 현재 존재하지 않아 리튬계 전지 이용은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리튬이온 전지는 화학반응으로 전력을 공급하다 보니 온도가 낮아지면 그 반응속도가 떨어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뜻한 곳에 있을 때보다 추운 곳에서 금방 방전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배터리를 빨리 충전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곳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변 온도가 10도 상승하면 화학반응 속도는 2배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극저온 상태에서도 에너지 손실 없이 전력공급이 이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개발돼 머지 않아 이런 불편함도 사라질 전망이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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