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의 고통에 제발 관심을…”

2018-12-2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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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의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이와 함께 거리의 표정은 완연히 달라졌다. 크리스마스에서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들뜬 시즌이 찾아온 것이다. 해마다 이 계절이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크리스마스 문화전쟁(culture war)이다.

기독교란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산타클로스나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상징물이 공공장소에 설치되어서는 안 된다. 메리크리스마스란 문구도 그렇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주창세력의 주장이다. 국가와 종교를 분리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과 함께.

2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그 크리스마스 문화전쟁이 2018년 들어서는 소강국면을 맞았다고 할까. 그런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피 할러데이’ 대신 ‘메리크리스마스’ 문구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문화전쟁은 미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세계적 현상이다. 지구촌의 반대편 저 멀리에서 전개되고 있는 문화전쟁, 그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러나 처절하다. 깊은 신음에, 절규에, 비명이 낭자하다.

공적 공간은 말할 것도 없다. 사적 공간에서도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한 개인의 영혼마저 국가가, 공권력이 관리하려든다. 그 과정에서 구금에, 고문에, 테러에다가, 심지어 참수형마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 …그 최대 피해자는 기독교인들이다. 전 세계 60개국에서 최소한 2억 명 이상이 단지 기독 교인이란 이유로 투옥돼 있다. 매달 255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되고 104명이 납치된다. 66개의 교회가 공격을 당하고… ’-. 월드 워치 리스트가 전하는 전 세계적인 기독교 박해의 참상이다.

그 박해는 날로 악화돼 2018년의 상황은 2천년 기독교 교회사상 최악이란 지적이다. 그리고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 국가로는 올해에도 북한이 뽑혔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전 가족의 정치수용소행은 물론 인체실험에, 십자가 처형을 당하는 등 반(反)인륜범죄의 희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못지않게 기독교 탄압이 극심한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권지역이다. 탄압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는 회교수니파 극렬 무장세력인 IS(이슬람국가)가 시리아와 이라크 일원을 석권했을 때. 그 IS가 소탕됐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기독교 박해는 결코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여파로 이집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에 이르는 이슬람권 지역에서 오늘날 기독교 커뮤니티는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가톨릭인권단체인 ACN의 보고다.

“인권상황은 날로 악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인권운동가, 지식인, 언론인 구금사태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세뇌교육을 목표로 한 대대적인 교육개편이 이루어지면서 디지털경찰국가화도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까지 동원한 디지털 감시망을 구축해 전 국민의 하루하루의 삶을 간섭하고 있다.” 1인 독재 전체주의로 전이된 시진핑 중국의 오늘날 모습이다.


시진핑 체제가 강조하는 것은 ‘당의 종교가 믿음의 종교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대대적인 종교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 티베트에서는 매일같이 분신자살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장성 위구르자치구에서 100만 이상의 회교도 위구르인이 재교육 캠프에 구금돼 세뇌교육과 함께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강요받고 있다.

그 탄압의 규모가 엄청나다.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은 신장성에 몰려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탄압 대상은 중국의 기독교 교회다. 올 한해에만 10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들이 구금됐다. 그 최근 사례의 하나는 왕이 추위(秋雨) 성약교회 목사와 100여명 교인 감금사태다.

중국 공산당의 기독교 탄압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에 들어와 ‘종교의 중국화’ 방침과 함께 기독교 탄압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천안문사태 이후 최악으로 불릴 정도로.

교회 청중을 향한 안면감식 카메라를 부착할 것을 당국이 지시했다. 그 지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목회자와 1,500명의 교인 모두가 체포되고 교회는 폐쇄 됐다. 중국의 시온교회가 맞이한 사태다. 이런 일이 거의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경이 불살라지고 십자가가 철거된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고. 예수의 초상화가 걸렸던 자리에는 시진핑의 사진이 들어선다. 그 탄압에 저항한다. 그러면 교회는 폐쇄되고 교인들은 체포된다. 이렇게 없어진 교회만 1개 성(省)에서 1만개가 넘는다. 지하교회만이 아니다. 정부 허가 3자 교회도 탄압대상이다. 왜 그토록 베이징 당국은 교회 탄압에 혈안이 되어 있을까.

“기독교인, 특히 개신교도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 1억~1억3,000만으로 추산되는 기독교인구는 2025년에는 1억6,000여 만, 2030년에는 2억4,700여 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시의 개신교도들은 교육수준이 중국에서 최상층을 이루고 있다. 공산당은 그 교회가 체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분석이다.

고통의 신음에, 절규에, 비명 - 중국, 북한, 아프가니스탄 등 지구촌 곳곳, 탄압받고 있는 교회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그 가운데 이런 외침도 섞여있다. “우리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에 서방세계와 교회가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는.

해마다 찾아오는 성탄의 계절. 올해의 경우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 멀리 한국교계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어딘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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