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느리고 울퉁불퉁… 기대 못미친 땅속 고속도

2018-12-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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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 지하터널 ‘루프’ 언론 공개

느리고 울퉁불퉁… 기대 못미친 땅속 고속도

일론 머스크가 지난 18일 공개한 지하 교통터널의 모습. 테슬라 모델 X가 루프 터널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AP]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도시 교통 체증의 해법으로 제시한 고속 지하 교통터널 ‘루프’가 18일 저녁 호손 지역에서 첫 공개됐다.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전기차, 재사용 로켓을 이용한 우주여행 등으로 기술적 난제에 도전하고 있는 머스크의 실험이 이번에도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가 설립한 지하굴착 벤처기업 ‘더 보링 컴퍼니’는 이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본사가 위치한 호손에서 LA 국제공항(LAX) 쪽으로 설치된 길이 1.14마일의 지하 터널 ‘루프’를 언론 등에 공개했다.


■첫 시승행사

이날 시승행사에 초대된 언론과 하객들은 개조된 테슬라 모델 X를 타고 ‘오리어리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주거지 한복판에 설치된 이곳에서 차가 벽 없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넓은 수직 갱도를 따라 그대로 땅속으로 내려갔다.

지상에서 9m 아래 땅속으로 내려가자 지름 3.65m의 좁은 원통형 흰색 터널이 나타났다. 터널 위쪽에 설치된 붉은 전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운전자가 속도를 높여 터널로 재빨리 진입했다.

AP는 첫 탑승 경험에 대해 “머스크가 ‘영혼을 파괴하는 교통 체증’이라고 부른 것에 대한 해법”이라며 “혁명적이지만 울퉁불퉁한 지하 튜브”라고 평가했다. AP는 “(달리기 시작하자) 터널이 우주 또는 댄스클럽에서 온 뭔가처럼 보였다”면서 차가 심하게 요동쳐 기자 중 한 명은 멀미까지 했다고 전했다.

CNN도 “놀이공원의 기구를 탄 것처럼 느껴졌다”며 “이따금 우리 몸이 한쪽으로 거칠게 떠밀렸기 때문에 시승하면서 이리저리 부딪혀야 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첫 시승 경험에 대해 “앞으로 유리처럼 매끄럽게 될 것”이라며 “이번 것은 시제품일 뿐”이라고 말했다.

운행 속도는 상당히 느린 편이었다. 머스크는 미래에 이 시스템이 시속 150마일의 속도로 운행될 거라고 말했지만 이날 속도는 시속 40마일 정도에 그쳤다.


■어떻게 작동되나

머스크에 따르면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면 거의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 벽 없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가 땅속으로 내려간다. 일단 지하로 내려간 차는 진·출입을 할 때를 빼고는 주도로에서는 최고속도로 달릴 수 있다.

다만 이전에 그가 ‘스케이트’라고 불렀던 자동차 플랫폼 계획은 폐기됐다. 그 대신 특별하게 설계된 측면 바퀴가 기존의 타이어에서 수직으로 튀어나와 터널의 트랙과 맞물려 달리게 된다. 이런 바퀴를 설치하는 비용은 대당 200∼300달러가 될 거라고 머스크는 밝혔다.

또 머스크는 시험터널 건립 비용으로 1,000만 달러가 들었다고 밝혔다. 보통 터널이 1마일 당 10억 달러의 건립 비용이 드는 것과 크게 차이 나는 것이라고 그의 회사는 설명했다.

■전망은

머스크는 앞으로 이 지하 터널을 확대해 대규모 지하 교통망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2028년 LA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광역 교통망이 개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가장 빨리 개통할 잠재력이 큰 곳으로는 시카고를 꼽았다.

로이터는 “만약 (이 시스템이) 성공한다면 호손 지하터널(루프)은 궁극적으로 아직 승인을 받거나 건설돼야 할 다른 터널과의 교통망을 잇는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머스크의 이번 ‘루프’ 사업은 그가 공개한 바 있는 ‘하이퍼 루프’와는 다르다. 하이퍼 루프는 진공에 가까운 밀폐 튜브에서 공기층과 자성, 태양광 등을 이용해 특별한 캡슐을 시속 750마일의 속도로 장거리 이동시키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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