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화를 바라는 지속적인 염원

2018-12-26 (수)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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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했던 2018년이 저물어간다. 한해 동안 한반도에서 평화로 향한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 정전상태와 억제력에 의한 부정적 평화(Negative Peace)의 수준을 넘어서다. 그러나 지속적인 평화는 아직도 확실치 않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 하지만 작년에 행해진 북미간의 위험한 말의 전쟁과 상호간의 핵전쟁의 공개적인 위협은 가라앉았다. 북한이 1년 이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북한을 위협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할 계획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은 물 건너간 것 같다. 남북간의 철도연결 착수식은 연내에 열린다. 김정은의 생각이 복잡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또 한번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해도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고에 대한 신고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완화나 평화체제를 위한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 같지도 않다.


최근 미 재무부는 인권문제를 근거로 북한의 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를 포함, 고위층 실력자 3명을 제재대상 명단에 추가했다. 북한은 이런 조치를 그들에 대한 적대적 조치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관계수립과 평화체제를 다짐한 싱가포르 합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그의 참모들의 입장과 관계없이 내년초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게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의 고민은 그 회담에서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곧 다가올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신년사에 관심이 쏠린다. 그의 신년사는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는 정책 지침서라 할 수 있다. 그가 비핵화와 관련해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우선 대내적으로는 당과 인민이 경제, 과학 등의 분야에서 이룩한 성공사례들을 과장되게 묘사할 것이다. 금년에 있었던 남북관계의 발전을 민족의 축제라고 추켜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의 시점까지 제재 완화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 한, 북한의 새로운 양보를 예고하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비핵화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쌍방간의 동시적 행동을 조건으로 하는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재천명할 수도 있다.

만약 그가 진행중인 핵무기와 미사일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한다면 정체된 비핵화 대화에 새로운 활력을 넣을 수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때도 핵 억제력을 달성했기 때문에 실험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같은 주장을 핵 개발뿐 아니라 무기고 증산 중단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북한이 생산 배치한 핵무기는 현재의 수준으로도 주변국들과 미국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김정은이 핵무기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 북한에 대한 깊은 회의를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다소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내에는 북한이 계속 대량살상 무기를 생산하고 미사일 기지를 확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의 비핵화 공약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견해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 회담이 있기 전에 김정은의 답방이 이뤄지기를 기대했었다. 지난 4월 판문점에서 합의한 연내 종전선언도 가능하다고 했었다. 이제는 김정은이 문재인과 트럼프 중 누구를 먼저 만나게 될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김정은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먼저 만날 가능성도 있다. 그들의 지원을 다짐하기 위해서다.

워싱턴에서는 최근 트럼프를 둘러 싼 특별검찰의 수사와 이와 관련된 트럼프 측근 인물들의 연 이은 유죄 시인 내지 유죄 판결 등으로 트럼프가 탄핵 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보도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미국 대통령 중 트럼프처럼 북한지도자를 칭찬하면서 70년간의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해보겠다고 탑다운 결정(Top-down Decision)을 내린 적도 없다. 북한은 트럼프가 또 한번 전례 없는 대담한 결심으로 북한을 등등한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고, 동시화된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받아들일 것을 바랄 수 있다. 종국적으로 북한체제의 수용을 바라고 있다. 다행인 것은 현 시점에서 북한이나 미국 둘 다 비핵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양국간의 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체제에 대한 희망도 살아 있다.

모두를 위해서 북한이 해야할 바람직한 일들이 있다. 핵무기고 증산을 중단하고, 이미 파괴한 핵과 미사일 시험장에 사찰단을 초청하고, 무력과시 행동을 자제하고, 반미선전을 최소화하며, 문화와 스포츠 교류활동을 추진하면, 2019년을 맞으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이 밝아질 것이다.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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