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쪽일까, 그 방향성은…

2018-12-17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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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럽다. 중국은 역시 중국이다. 그 이름도 자못 거창하다. 화웨이(華爲). 뒤집으면 중화민족을 위해서란 의미니까. 그 중국최대 통신기업 화웨이의 황녀(皇女)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밴쿠버 공항에서 금융사기혐의 등으로 체포됐다가 일단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 과정에서 베이징이 보여준 맨얼굴이랄까, 뒤끝이랄까. 그걸 말하는 거다.

꽤나 시끄러웠다. 감히 중화의 자존감을 건드리다니. 베이징당국은 말할 것도 없다. 관영언론도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꺼내든 것이 인질카드다. 중국 특유의 ‘불끈거리기 외교(tantrum diplomacy)’를 구사하면서. 중국 체류 캐나다인 2명을 멋대로 구금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위상을 한껏 드날렸나. 그 반대 같다. 자유민주국가의 사법부 독립에 대해 무지를 드러냈다. 게다가 야만적인 전체주의 중국에 대한 혐오감만 확산 시킨 것이다.

‘화웨이 부회장 체포. 그 사태에서 정작 주목해야할 것은 그런데 다른 게 아닐까’- 호주의 싱크탱크 인터프리트의 지적이다.

화웨이는 민간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 특히 중화인민해방군이 사실상 소유주란 의심을 사고 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비밀의 제국’이 화웨이로 그 회사의 통신장비와 휴대전화에 해킹프로그램이 숨겨져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중국군이 전개하고 있는 사이버전쟁의 전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석이다. 게다가 중국은 이 화웨이를 앞세워 차세대 무선통신 표준인 5G에서 세계패권을 노리고 있다.

그 화웨이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화웨이 제품 불매가 서방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2월 10일 일본정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설비에서 중국 업체를 배제하기 위한 지침마련과 함께 화웨이와 ZTE의 제품을 사실상 금지했다.

한 주 전 영국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이보다 앞서 11월 말에는 뉴질랜드가, 8월에는 호주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유럽연합(EU) 28개국과 인도도 이 대열에 동참할 태세다. 그런데다가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금융사기 등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화웨이는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

무엇을 말하나. 관세폭탄으로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그 충돌이 무역으로, 경제로, 안보로, 그리고 기술 분야로 까지 전 방위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90일 시한의 잠정적인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장기적으로 볼 때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의 전 방위적 대립, 혹은 적대적 대립은 이제 ‘뉴 노멀(New Normal)’이 되고 만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됐다. 그 첫 라운드 판이 벌어지자 대세는 바로 미국으로 기울었다. 다른 말로 하면 그 선택은 안보냐, 돈이냐의 택일로,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결국 안보를 선택한 것이다.

돈만 보면 아무래도 중국 같다. 그러나 다른 요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치관이다.

“중국은 공산 전체주의 체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이란제재를 도와 멍완저우를 체포했다가 미중 무역전쟁의 급류에 빠져들었다. 중국의 무지막지한 보복이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언론이 의연히 내린 결론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단순한 열강의 힘 겨루기로만으로만 볼 수 없다. 그 대립은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결로 보아야한다. 그 정황에서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결국 돈 보다는 안보를 택한 것이다.

여기서 눈을 한반도로 돌려보자. 대한민국의 선택은 어느 편일까.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러니 당연히 미국이라는 답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적지 않은 미국의 보수언론들이 보이고 있는 우려다.

“경중안미(經中安美-경제발전은 중국과,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가 그동안 한국의 전략이었다.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 가담하지도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관계가 적대적 관계로 변모하면서 현 문재인 청와대는 워싱턴에 기우는 상황을 극력 회피하고 있다. 중국을 의식해서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워싱턴 프리 비컨의 진단은 더 비판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에 앞서 북한과의 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지적이다. 그리고 동북아 정세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파워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 두 번째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한반도 상황은 이 같은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혹은 문재인 대통령과 좌파정책에 회의적인 한국군부 간의 이견노정에, 대립상황으로 비화될 때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거다. 지나친 우파적 판단은 아닐까. 아마도.

그런데 그러고 보니 워싱턴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5세대(5G) 이동통신장비로 화웨이를 택한 유일한 세계의 주요 국가가 한국이다. 그리고 김정은 답방이란 묘한 타이밍에 ‘북 비핵화 50% 때 평화협정과 함께 유엔사령부 해체’를 주창하고 나선 것이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소다.

그것도 김정은 찬양소리가, 또 반미데모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러니….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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