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날부터 안나와 ‘출근 고스팅’… 연락 없이 잠적 ‘퇴사 고스팅’ 기업마다‘고스팅’골머리

2018-12-14 (금)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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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황·낮은 실업률 원인, 작년보다 10~20% 늘어

▶ 임금·근무환경 개선과 인간관계로 풀어나가야

예약 고객이 연락도 하지 않은채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예약부도를 내는 이른바 ‘노쇼’(no-show)가 요식업이나 항공업에 존재하고 있다면 일반 기업체에는 ‘고스팅’(ghosting)이라는게 있다.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본다고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면접 고스팅’, 내일부터 출근하겠다던 신입 직원이 출근일 아침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출근 고스팅’, 기존 직원이 그만둔다는 말 한마디 없이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리는 ‘퇴사 고스팅’ 등이 기업체에 존재한다.

고스팅이 미국 취업문화의 새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고용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유령’처럼 보이지 않게 된다는 의미를 가진 고스팅은 특히 연인 관계에서 갑자기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로 온라인 사전 웹사이트 ‘딕셔너리 닷컴’(Dictionary.com)이 2016년 처음 사용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말이다.

‘잠수타기’ 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고스팅이 조용히 사라져 버리는 직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기업체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데 쓰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고스팅 현상에 직면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호황 덕분에 나타난 인력난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내 일자리 수는 이미 8개월째 구직자 수를 능가하고 있어 지난 9월 이후 실업률은 3.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49년만에 기록한 최저치다.
이런 까닭에 미국 기업체들은 인력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으며 청소용역, 바리스타, 용접공, 회계경리직, 기술직 등이 특히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

인력수급업계에 따르면 고스트 현상은 올해 들어 더 심해져 지난해에 비해 10~2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고스팅으로 기업체들이 겪는 고통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구책을 강구하는 기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네브라스카주의 몇몇 업체들은 고스팅으로 인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견습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급여 인상과 추가 훈련 기간 동안 오버타임 적용을 보장하고 있다.

중국식 해결 방안에 관심을 갖는 기업체도 있다. 과거 10년간 고스팅으로 속앓이를 해온 중국에서 사용된 방식으로 신규 직원 채용시 복수의 지원자들에게 채용 오퍼를 제안하는 것이다. 고스팅에 대비해 안전 장치를 마련해 두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식 복수채용제도는 미국 현실에 맞지 않아 이보다는 채용 전 과정에서 고용주가 구직자들과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각에선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임금 등 일자리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고스팅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착취당하고 있다는 의식 있는 한 일에 애정을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열정과 애정이 없는 상황에서 업주에게 고스팅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서비스 업계의 노쇼와는 달리 미국 기업체가 당면하고 있는 고스팅 현상은 단순히 경제 논리로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직장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음을 통해 유지되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인간 관계의 회복없이 자본의 논리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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