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송년모임이 소송의 불씨 될라” 업체마다 조심

2018-12-12 (수)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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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자리 스킨십·말실수 탓 성희롱 소송 잇달아

▶ 업무 후 모임·참석강요 땐 오버타임 분쟁까지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은 송년회 시즌.

많은 한인 업체들은 연말 송년회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송년회 과정에서 술이 돌고 들뜬 분위기 속에 과한 스킨십이나 말실수에 직원간 싸움까지 나면 직장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1일 한인 노동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연말 송년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희롱 사건이 한해 성희롱 관련 노동법 위반 소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송년회라는 모임 자체가 음주가무 중심으로 열리다보니 성희롱 케이스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음식과 곁들이게 되는 술을 마시면서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무심코 던지는 농담이 성희롱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2차로 가게 되는 노래방에선 신체 접촉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변호사들은 조언한다. 화기애애한 술자리라고 농담이나 신체적 접촉이 무조건 허용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당사자가 불쾌하게 받아들였다면 이는 성희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래를 부를 때 흥을 돋구기 위해 직원에게 강제로 춤을 권하는 것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 역시 성희롱 사유이다.

직장상사가 송년회 참여를 강요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8시간 업무시간이 끝난 뒤 송년회를 갖는 경우가 한인업체들 사이에서 빈번한 상태에서 업무가 끝난 후 열리는 송년 모임에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향후 노동법 분쟁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법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노동법상 이미 하루 8시간을 일한 직원이 고용주의 강요에 의해 회식에 참석했다면 엄연한 오버타임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송년회 모임에서 업주의 노동법 위반 행위도 문제지만 직원들간에 성희롱과 싸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성희롱이나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절대 쉬쉬해서는 안 된다고 노동법 변호사들은 조언한다.


송년회 장소도 작업장으로 간주해 고용 관계 아래 직원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일단 고용주 책임이라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 향후 종업원들에게 고용주 책임소홀 등의 이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김해원 노동법 변호사는 “송년회에서 단순한 말다툼이나 성희롱성 발언이라 하더라도 조사를 하고, 이를 문서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용주는 양측을 모두 인터뷰하고 경고 등 적절한 대응을 한 후 이를 서면으로 기록해서 피해자와 가해자로부터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시즌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송년회를 갖지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고용주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송년회를 열지 않고 송년회 개최 비용을 투자해 직원들에게 선물을 주는 업체도 있는가 하면 점심 시간을 활용해 팀 별로 식사를 하는 업체도 있다.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들을 분리해서 따로 송년회를 치르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한국 유명 식품업체 미주법인의 경우 ‘근무 시간 송년회’를 실시하고 있다. 주로 주류기업들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오후 근무 대신 직원들의 송년회를 회사에서 갖는 것이다.

퇴근 시간과 함께 송년회를 마치고 평소처럼 퇴근하는 방식이다. 2차는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이 업체 관계자는 “근무 시간 송년회를 몇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데 술이 관련된 성희롱이나 직원간 싸움 등 문제소지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방식”이라며 “송년회를 마치고 제시간에 퇴근하다 보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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