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전리품 종 3개, 117년만에 필리핀 귀환

2018-12-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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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민, 미군 공격때 사용, 한국주둔 미군도 1개 보관

미국 전리품 종 3개, 117년만에 필리핀 귀환

미군 주둔 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냈던 필리핀 원주민 공격 사건의 신호를 위해 사용됐던 종이 다시 필리핀 현지로 반환됐다. 이 종은 미군이 원주민을 재 공격한 후 전리품으로 압수했던 것이다. [AP]

미국이 117년 전 필리핀에서 전리품으로 가져간 성당 종들이 11일 필리핀에 돌아왔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파사이시 빌라모 공군기지에서 미국은 필리핀에 발랑기가의 종 3개를 반환했다.

이 종들은 애초 필리핀 사마르섬 남부 발랑기가의 성당 종탑에 있던 것으로, 1899∼1902년 미국-필리핀 전쟁 중 사라졌다.


종 3개 가운데 1개는 1901년 9월 필리핀 원주민이 현지에 주둔하던 미 육군 9연대 예하 부대를 공격하는 신호로 사용됐다.

당시 필리핀 원주민 300여 명이 여성으로 변장해 칼 등 무기가 들어 있는 목관을 성당으로 옮긴 뒤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미군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미군 48명이 숨졌다. 단일 공격으로 가장 많은 미군이 참살 당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9연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원주민을 공격한 뒤 종들을 모두 가져갔다.

이 가운데 2개는 미국 와이오밍주 공군기지에, 나머지 1개는 한국에 주둔한 부대에 각각 보관하고 있었다.

반환식에 참석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우리 역사에서 고통스러운 시기를 마감하는 현장에 있게 돼 영광”이라며 “우리 관계는 역사의 시험을 견뎌내고 오늘날 잘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랑기가의 종들은 오는 15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발랑기가 성당에 다시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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