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피령 해제… 집에 간 주민 “모든 게 사라졌다”

2018-12-0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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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 파이어 사망 85명, 서울시보다 넓은 피해

▶ 유독가스에 복구 지연

대피령 해제… 집에 간 주민 “모든 게 사라졌다”

대피령이 전면 해제돼 지난 5일 북가주 파라다이스로 돌아온 제니퍼 크리스텐슨이 폐허로 변해버린 집터에서 불타버린 반지 등을 챙기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AP]

캘리포니아주 재난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산불 ‘캠프 파이어’로 북가주 뷰트 카운티의 파라다이스·컨카우·메갈리아 지역에 내려졌던 주민 대피령이 산불이 발화한 지 약 한 달 만인 지난 5일 완전히 해제됐다.

뷰트 카운티 경찰은 그동안 대피해온 주민들에게 이날부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번 산불로 시에라네바다 산맥 산자락에 자리 잡은 소규모 은퇴촌 파라다이스는 마을 전체가 불에 타 폐허로 변했고, 이 산불로 파라다이스 마을 등지에서 사망한 주민은 총 85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사망자 수는 단일 산불로는 캘리포니아주 재난 사상 단연 가장 큰 인명 피해다. 기존의 최대 인명 피해였던 1933년 LA 그리피스팍 산불 당시의 29명에 비해 거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전소한 주택과 건물 수는 약 1만4,000채에 달하며, 소실된 산림과 시가지 면적은 약 240평방마일로 서울시 면적(233평방마일)보다 넓다.

한때 1,0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던 실종자 수는 연락이 두절된 주민 소재가 속속 확인되면서 이날 현재 10명으로 줄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동안 파라다이스와 인근 마을에서 대피한 주민은 총 5만여 명에 달했는데, 주민들은 거의 한 달 만에 집으로 돌아갔지만 마주한 장면은 폐허로 변한 집터뿐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파라다이스 마을에서 이동식 주택에 기거하던 70대 부부 조이스와 제리 맥린은 잿더미로 변한 집터에서 타다남은 성경과 결혼반지, 가족들의 기념품 등을 뒤적였다. 맥린 부부는 AP에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마을 표지판 외에는 성한 것이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주민인 세스 로버츠는 공영라디오 NPR에 “집 뒷마당에 있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집 건물도 무너졌고, 집에서 함께 운영하던 자그마한 가게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마을은 지난달 8일 캠프 산불이 발화하면서 시속 60마일 안팎의 강풍이 불어 시가지 전역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미처 차에 타지 못해 대피하지 못하고 집 안팎에서 숨진 주민도 많았다.

경찰은 집터로 돌아간 주민들에게 방재복과 마스크, 장갑 등을 제공했다. 경찰은 화재로 불탄 집터에서 아직 유독가스가 분출되고 있거나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복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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