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원,시카고-LA 연결 ‘66번 도로’ 국립역사길 지정 추진

2018-11-29 (목) 1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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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문화 담긴 미국 최초 대륙횡단도로

▶ 길 이어진 8개주 도시·마을 재활성화 목적
역사도로 지정시 도로보존·지역개발 기금 지원

상원,시카고-LA 연결 ‘66번 도로’ 국립역사길 지정 추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진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도로인 ‘66번 도로(Route 66)’가 미국의 ‘국립 역사 길(National Historic Trail)’로 지정될 전망이다. 사진은 애리조나주 킹먼을 지나는 66번 도로를 달리고 있는 클래식카들의 모습.[AP/뉴시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진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도로인 '66번 도로(Route 66)’를 미국의 '국립 역사 길(National Historic Trail)'로 지정될 전망이다.

AP통신과 뉴멕시코주 지역신문 앨버커키 저널 등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연방상원의 톰 우달 의원(민주·뉴멕시코)과 짐 인호프 의원(공화·오클라호마)이 66번 도로를 '국립 역사 길'에 포함시키기 위한 '내셔널 트레일스 시스템 법(NTSA)'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달 의원과 인호프 의원은 성명서에서 "역사적인 길을 따라 자리잡고 있는 도시들과 작은 마을들을 재활성화시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66번 도로가 거쳐가는 뉴멕시코주와 오클라호마주 출신이다. 66번 도로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시작해 미주리주-캔자스주-오클라호마주-텍사스주-뉴멕시코주-애리조나주를 지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타모니카까지 8개 주에 걸쳐 있다.

길이가 총 2400마일(약 3862 km)이 넘는 66번 도로는 미국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고 싶어하는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옛길이다.
상원,시카고-LA 연결 ‘66번 도로’ 국립역사길 지정 추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진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도로인 ‘66번 도로(Route 66)’가 미국의 ‘국립 역사 길(National Historic Trail)’로 지정될 전망이다. 사진은 66번 도로의 종착점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AP/뉴시스]


이 도로는 1926년 미 공공도로국이 시카고에서 세인트루이스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이어지는 기존의 지역도로를 연결해 미국 최초의 연방 고속도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탄생했다. 이 길을 따라 작은 마을들은 가게와 모텔, 주유소를 세워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 미국의 자동차 문화도 이 도로와 함께 시작됐다.

우달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66번 도로를 문화적 랜드마크로 보존하고, '미국의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 of America)'로서의 의미를 미래 세대의 모험가, 이주민, 서쪽을 향해 가는 여행자 등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달 의원의 말대로 66번 도로는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미국인들의 애환과 눈물, 그리고 꿈이 서려있는 길이기도 하다. 대공황 이후 피폐해진 동부와 중부의 노동자, 농민들이 이 길을 따라 서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작가 존 스타인벡은 대표작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에서 이 도로를 ‘마더 로드(Mother Road)’라고 했다.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나선 길이기에 어머니의 품, 생명력을 가진 젖줄이란 의미를 담아 표현했던 것이다.

'분노의 포도'는 스타인벡이 1930년대에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그는 대공황에다 수년간 이어진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먹고 살 길이 없었던 오클라호마 주민들과 함께 서부로 발길을 옮기며 참혹한 현실을 경험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분노의 포도’다. 여기엔 삶의 터전을 잃고 이주의 길에 내몰린 오클라호마 주민들의 눈물 어린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이주민들이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이후 꿈이 신기루로 바뀌는 아픈 현실도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66번 도로를 타고 가는 여정 자체가 미국 역사이다.


66번 도로는 1940~1950년대 미국 재즈의 거장으로 통했던 흑인 뮤지션 냇 킹 콜의 노래제목에도 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서쪽으로 자동차 여행을 할 계획이 있다면 66번 도로를 타고 가라"면서 세인트루이스, 오클라호마시티, 아마리오, 플래그 스태프 등 66번 도로를 타고 가면서 만나게 되는 도시들을 나열하며 소개한다.

우달 의원과 인호트 의원이 함께 상원에서 발의한 '내셔널 트레일스 시스템 법' 개정안은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취지가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법안 개정을 통해 66번 도로가 국립 역사 길로 지정되면 미 국립공원관리국(NPS)이 관리를 맡아 도로 보존 및 개발, 관광홍보 등을 하기 기금을 지원하게 된다.

앨버커키 저널에 따르면 지난 6월 미 하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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