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자녀 담은 대표작 ‘가족’, 폐허가 된 남부 모습
▶ ‘땅’ 등 도발적 작품 110점 서부 첫선
미국 현대사진작가 샐리 만(Sally Mann)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게티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자신의 세 아이와 남편을 찍은 ‘직계 가족’(Immediate Family) 시리즈로 유명한 샐리 만이 40년 넘게 탐구해온 기억, 욕망, 죽음, 가족의 유대, 인간의 노력에 대한 자연의 무관심에 대한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 16일 J. 폴 게티 뮤지엄에서 개막한 ‘샐리 만 특별전’(Sally Mann: A Thousand Crossings)은 사람, 장소, 사물을 찍은 샐리 만의 사진작품들을 미국 남부에 초점을 맞추어 통합하고 있다.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역사적으로 고귀한 유산에 관한 지식을 토대로 샐리 만은 지리학적 및 국가적 경계를 뛰어넘는 역사, 정체성, 인종 및 종교에 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 샐리 만의 촬영은 렌즈가 파손된 카메라를 사용해 긁히거나 강한 빛의 흔적이 있고, 초점을 심하게 이동하는 촬영기법을 취한다.
‘샐리 만 특별전’은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와 피바디 에섹스 뮤지엄이 주관하는 전시로, 게티 뮤지엄이 두 곳에 전시된 110점의 사진 작품들을 모아 서부 지역 최초로 선보인다.
티모시 팟츠 게티 뮤지엄 이사는 “샐리 만의 복잡하고 자극적인 풍경과 그녀의 가족을 친밀하게 묘사한 이미지는 19세기와 20세기 고전주의를 연상케한다”며 “그녀가 사진으로 촬영한 남부에 대한 독특한 접근은 미국 사진 역사상 위대한 작가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티 뮤지엄 전시는 5개의 섹션 ‘가족’ ‘땅’ ‘마지막 척도’ ‘나의 곁에서’ ‘남아있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Family)은 1980년대 버지니아주 렉싱턴 인근 마우리 강가의 여름 별장에서 찍은 그녀의 세 자녀들 사진 작품으로 시작한다. 8x10인치 뷰 카메라로 찍은 가족 사진은 어린시절의 감상적인 고정관념을 반박하고 그 복잡함에 대한 불안한 시간을 보여준다. 특히 아카디아 삼림 지대, 바위가 많은 절벽, 험한 강 등을 경험한 아이들을 찍은 작품들은 가족과 풍경,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성역과 자유의 불가분 관계를 전달해준다.
‘땅’(The Land)은 1990년대 버지니아와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를 여행하며 만난 들판과 폐허가 된 농장의 사진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남부의 급진적인 빛’으로 표현된 순간의 포착이다. 그녀는 앤틱 렌즈를 사용하고 19세기 콜로디온 습판사진촬영법을 실험했다.
‘마지막 척도’(Last Measure)는 남북전쟁 전장을 찍은 사진기술과 유사한 기법으로 이 땅을 역사의 묘지로 묘사해 기억의 장소로서 남부에 대한 은유를 표현했다.
‘나의 곁에서’(Abide with Me)는 네 가지 일련의 사진을 병합하여 인종과 역사가 샐리 만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뿐 아니라 버지니아의 풍경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탐색한다. 땅에 대한 그녀의 이해를 기억뿐 아니라 투쟁과 생존의 장소로 확장한 것.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버지니아주 해안습지대인 디즈멀 대습지에서 찍은 아름답기 그지 없는 틴타입 시리즈는 이 지역에 얽힌 성역과 억압의 역사를 보여준다. 자신의 부모를 위해 일하던 흑인여성 사진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녀를 통해 인종관계의 심오하고 복잡한 성격을 배웠음을 드러낸다.
마지막 섹션인 ‘남아있는 것’(What Remains)에서는 자신과 그녀의 가족 사진을 통해 시간과 변형의 주제를 탐구한다. 결혼 후 자신의 가족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샐리 만은 이 무렵 전문적 사진작가가 되고 근육퇴행위축증으로 고통받는 남편의 변해가는 신체를 가족의 눈으로 친밀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또, 승마사고를 당했던 그녀의 자화상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샐리 만은 1951년 버지니아주 렉싱턴에서 태어났다. 1969년 첫 번째 사진 인화작업을 했고 1972년부터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74년 홀린스 대학에서 문학 전공 학사를, 같은 대학에서 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사진집은 ‘직계가족’(1992) ‘고향: 조지아와 버지니아의 최근 풍경’(1997) ‘샐리 만: 사진과 시’(2005) ‘샐리 만: 육체와 정신’(2010) ‘빛을 기억하며’(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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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