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범의 꿈과 신한류

2018-11-15 (목)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작게 크게

▶ 로터리

백범의 꿈과 신한류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한류’ 열풍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하며 세계 주류 음악 시장에 ‘K팝’의 우수성을 과시한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의 투자와 유통망에 힘입어 세계 110여개국에 동시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성공, 매년 30% 이상의 수출 증가세를 보여주는 ‘K뷰티’ 산업의 호조, 중국 시장의 문이 닫혀버린 악조건에도 유럽과 북중미 시장을 개척하며 꾸준히 수출액을 증가시키고 있는 게임 산업의 저력 등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한류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성장과 침체를 반복해온 한류는 문화뿐 아니라 한국산 상품의 수출 확대에도 기여하며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 또한 한류 파워에 주목하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한류 콘텐츠를 국가 대표 수출상품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소셜네트웍 서비스(SNS)와 온라인을 통한 접근성 강화로 한국 콘텐츠와 상품에 대한 호감도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야말로 한류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적기다.

일방적·공격적으로 타문화 시장에 진출하고자 했던 과거 한류 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앞세우고 ‘공감과 교류’가 가능한 쌍방향 소통의 ‘신(新)한류’가 필요하다. 우리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이 가진 정서와 문화적 특성을 감안한 쌍방향의 시장 맞춤형 한류가 돼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해외수출액 증가와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정부와 공공기관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한류를 주도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민간 분야에서 생산된 한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역할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또한 민간 분야가 감당하기 힘든 교류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쌍방향 소통의 ‘신한류’를 위한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창작인력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교육 기회 제공, 양국 인력이 참여하는 공동제작 프로그램 증대, 한국 콘텐츠와 문화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의 확대, 종합정보 플랫폼 구축 등의 사업이 대표적인 노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각 부처와 기관에서 제각각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한류 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범정부 기구가 필요하다.

컨트롤타워 역할의 범정부 기구를 통해 개별화된 중복사업을 효율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콘텐츠 성장전략을 펼치면서 관광·제조업·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다만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는 우리를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구 선생이 그토록 바라던 문화의 힘, 이제 우리의 신한류로 백범 선생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