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간선거 이후 워싱턴기상도는…

2018-11-12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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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3일 제 116대 미국의회 개원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연방하원 재탈환에만 성공했다. 민주당은 절반의 승리를 얻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해 포린 어페어지가 던진 화두다.

“민주당은 의안 마련보다는 오직 조사(investigate), 또 조사에만 힘을 쏟을 것이다.”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지의 전망이다.

‘무엇을 위해 한 표 행사를 했나. 트럼프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에’-. 투표소 출구여론 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이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의 2/3 이상은 의회가 트럼프 탄핵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조사 또 조사’는 미국의 밑바닥 여론으로 그 성난 민심을 충족시켜주어야 한다는 게 중간선거가 끝난 지금 민주당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거다.

오바마케어 폐지에서 멕시코 국경 장벽건설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어젠다는 항상 격심한 논란의 대상이었고 특히 민주당의 격분을 유발했다. 게다가 수 억 달러에 이르는 트럼프의 탈세혐의, 포르노 배우와의 정사 등 끊이지 않는 추문. 거기다가 일부 트럼프 각료들의 비위 등 온갖 스캔들로 점철돼 온 게 지난 2년간의 트럼프 행정부 세월이다.

이런 정황과 관련, 트럼프는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보다 더 심한 정치적 곤경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 선거 전부터 나온 예측이었다. 그 예측이 민주당의 하원장악과 함께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제 116대 미 의회 개원과 함께 각종 청문회에, 의회특별조사 러시 상황이 이루어지고 미 주류언론은 하나가 돼 트럼프 때리기에 들어간다. 뭐랄까. 민주당 각색에 주류언론 연출의 거대한 서커스 판이 된다고 할까. 그게 많은 관측통들이 예상하고 있는 중간선거 이후의 워싱턴 기상도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백악관은 마비된다. 이와 함께 해외정책은 표류상황을 맞는다.” 트럼프 백악관은 다른 데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해외정책 이슈는 한동안 소멸되고 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견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는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능력이 결여돼 있다.” 폴리티코지의 지적이다. 상원도 내주는 완패를 당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거패배에 따른 정책노선 수정이나 포용정책을 트럼프에게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민주당은 하원만 장악했을 뿐이다. 공화당은 상원에서는 오히려 의석을 늘렸다. 그런 선거 결과를 트럼프는 달리 해석하고 있다. “ …그 트럼프는 조작된 위기를 통해 국면전환을 꾀하는 데 있어 달인의 경지에 있다. …트럼프는 국내 정치적 곤경을 해외에서 주의를 끄는 행동을 통해 헤쳐 나갈 수도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폴 필라의 지적이다.


그러니까 트럼프가 앉아서 수비에만 급급할 것이라는 예상은 잘못됐다는 거다. 해외에서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정면 돌파를 해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 가능 후보지는 어디일까. 가장 유력시 되는 곳은 이란이다. 앞으로의 상황 추이에 따라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것. 또 다른 후보지역은 남중국해로 제한된 군사충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유력후보지는 백악관 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폭정체제 트로이카’로 지목한 중미지역의 세 나라다.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쿠바가 바로 그 나라들로 그 중에서도 국민을 아사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권을 뒤엎는 군사개입 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새삼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북한 정책은 그러면…’이란 질문이다.

“전혀 급할 것이 없다.”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그렇지 않아도 주요 해외정책 순위에서 한참 뒤로 쳐지고 있다. 그런데다가 북한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지 않는 거다. 김정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정황에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됐다. 민주당의 북한 접근방식도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그 동안의 협상과정에 대해서는 엄중한 검증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권문제도 곁들여서. 무엇을 말하나. 좋게 말하면 숨고르기에,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와 맞물려 북핵 협상 전도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의 김영철의 회담 무산도 이런 분위기와 결코 무관치 않다는 것이 다수 관측통들의 지적으로 미-북 대화는 한동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면 12월로 예정된 서울 남북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리게 될까. ‘아마도….’ 아시아타임스의 전망이다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일반적 관측이다. 그런 일반적 기대를 뒤엎는다. 북한이 즐기는 전략이다.

남북문제가 부각되면 지지율이 올라간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을 마다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으로서는 서울 방문에서 매력공세가 먹힐 때 남남갈등 증폭에 한미동맹 균열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거기에다 한국의 보수세력을 고립시킬 수 있다.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의 ‘합작’은 그런 의미에서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 더욱이 중간선거 결과 ‘기회의 창’이 닫혀 질 수도 있으니까. 맞는 전망인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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