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막탄 던지고 15분간 난사 ‘공포의 도가니’

2018-11-09 (금) 12:00:00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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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 대학생 수백여명, 컨트리 음악축제 참가

▶ 범인 PTSD 앓아

연막탄 던지고 15분간 난사 ‘공포의 도가니’

제프 딘 벤추라 카운티 셰리프국장이 8일 총격 사건 현장에서 수사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막탄 던지고 15분간 난사 ‘공포의 도가니’

지난 7일 밤 벤투라 카운티 사우전옥스의 대형 술집 보더라인 바&그릴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기난사를 벌인 이안 데이빗 롱(29·사진)은 당시 칼리지 나잇 컨트리 뮤직 페스티벌을 위해 바와 댄스 플로어에 모인 대학생 등 군중을 상대로 연막탄까지 터트리며 광란의 총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15분간 이어진 공포… 수백명 혼비백산

벤추라 카운티 셰리프국은 사건 현장 인근 뉴베리팍에서 모친과 함께 살고 있는 범인이 이날 밤 모친의 차를 몰고 보더라인 바&그릴에 도착한 뒤 업소 밖에 서 있던 경비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곧바로 업소 내부로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첫 총격 신고는 이날 밤 11시20분께 들어왔으며 경찰과 목격자들은 넓은 댄스홀이 있는 이 업소에서는 대학생들을 위한 컨트리 음악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면서 18세 안팎의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수백명이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총격이 발생하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사람들은 화장실에 숨거나 도망치기 위해 의자로 창문을 깼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목격자는 CNN에 “총격범이 마스크와 안경을 썼고 아래 위 모두 검은 옷을 입었다”면서 “연막탄을 던진 뒤 곧바로 총을 쏴댔다”고 말했다.

술집 입구에 있던 한 목격자는 LA타임스에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걸어들어오더니 정문 앞에서 일하고 있던 종업원을 겨냥해 총을 쐈다. 총격범은 턱수염이 있었고 몸에 문신이 많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목격자는 “총성이 들리자 바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엎드렸다가 옆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창문을 깨고 나가기도 했다. 도망치는데 뒤에서 총 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면서 울먹였다.

21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친구들과 춤을 추다가 폭죽 같은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한 남성이 입구에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총격범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약 15분간 공포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범인은 누구

무차별 총격을 저지른 범인 이안 데이빗 롱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해병대원으로 복무하며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는 제3해병연대 제2전투대대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기관총 사수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인은 총격 현장에서 약 5마일 떨어진 주택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해왔는데 지난 4월 자택에서 소동을 일으켜 신고를 받은 경찰이 용의자의 자택으로 출동하기도 했다.

범인은 전쟁터에 나갔다 온 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4월 정신적 문제로 소동을 일으켜 자택에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그의 집에 출동했던 경찰은 롱이 매우 화가 나 있었지만 구금될 정도로 큰 소동을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벤투라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범인은 7일 총격 당시 벤추라 카운티에서 합법적으로 구입한 45구경 글록 21권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권총은 탄환을 10~11발 장전할 수 있는데 총격범이 캘리포니아에서는 불법인 ‘확장 탄창’을 사용한 것 같다고 셰리프국은 설명했다. 이런 탄창은 총알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다.

한편 벤추라 카운티 셰리프국 측은 범인에게 테러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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