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투’ 쓰고 고생하느니 경영에만 매진?

2018-11-09 (금)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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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한인 경제단체들,회장직 ‘구인난’ 심화

▶ “세대단절 따른 현상 후진양성 더 힘써야”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네요…”

LA 한인 경제단체들의 회장 ‘구인난’이 심각하다.

불경기 탓도 있겠지만 맡아봐야 고생만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몇몇 경제단체들은 지난 1년간 봉사해온 현직 회장들이 내년 한해를 또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 회장 연임을 결정한 단체로는 한인의류협회(KAMA)가 꼽힌다.

한인의류협회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영 김 현 회장과 조 송 현 이사장을 차기(제31대) 회장과 이사장에 각각 연임한다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지난 10월18일에 열린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의 정기 이사회 역시 회장 연임안을 통과시킨 사례에 속한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제30대 회장과 이사장으로 단독후보로 출마한 피터 백 현 회장과 마크 홍 현 이사장이 연임됐다. 한인의류협회와 닮은꼴이다.

연임 사례는 또 있다. LA한인상공회의소 하기환 회장도 연임된 사례에 해당된다.

하 회장은 지난 5월 정기 이사회서에 회장직에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 당선으로 42대 회장에 연임됐다. 하 회장은 지난 16~17대 연임에 이어, 한인상공회의소에서는 처음으로 두번의 연임을 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가주한미식품상협회(KAGRO)의 김중칠 회장도 연임 사례에 포함된다. 14대와 15대 회장을 연임하면서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 째 가주한미식품상협회의 수장으로 재직했다.

한인 경제단체들이 회장 구인난에 봉착하게 된 것은 자신의 사업체 운영에 전력투구해야지 단체장까지 맡을 ‘여유’가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인 업계 전반에 걸쳐 ‘회장직을 맡아봐야 득 될 것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지면서 한인 경제단체장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관련 업체 대표는 “불경기 탓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사업 규모도 커지고 챙겨야 할 일도 많다보니 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경영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며 “단체나 협회 회장직에 나서거나 제안을 받더라도 고사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한인업체 대표는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 회장직에 대한 잇점에 거의 없어진 것 같다”며 “회장이 되면 여기저기 불려다녀야 하고 욕도 많이 들어야 하는데 비해 부담만 커 회장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한인 경제단체장이 되면 단체와 관련된 각종 행사에 일정하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회장의 당연한 의무로 인식되고 있어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현직 회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회장 연임 현상이 업종내 세대 단절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50대 이상 세대들이 한인 경제단체의 장을 연임하게 된 배경에는 40대 후반층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현실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류업계에서는 30~40대 영어권 세대들과 50대 세대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40대 후반층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오히려 회장 연임을 반기는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회장 연임과 관련해 자바시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땡큐 베리 머취’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40대 의류인들이 조금 더 성장할 때까지 협회가 후진 양성에 힘쓴다는 전제 아래 회장 연임을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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