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율전쟁’ 피했지만… 미-중 관계 ‘살얼음판’

2018-10-19 (금) 베이징= 양정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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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중국 환율조작국 미지정 불구 만국우편연합 탈퇴 태세, 전선 확대

▶ 중국도 미국 제품에 추가 관세 ‘반격’ 남중국해 진입한 미 폭격기 항의

‘환율전쟁’ 피했지만… 미-중 관계 ‘살얼음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각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으면서 우려했던 미중 간 ‘환율전쟁’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미국이 위안화 환율의 불투명성에 대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발산한데다 통상 및 외교ㆍ군사분야 갈등은 더욱 악화하고 있어 미중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대 중국 대립전선을 전방위로 넓혀가고 있다. 18일에는 144년이나 된 만국우편연합(UPU) 협약을 문제 삼았다. 개발도상국에 유리하게 규정된 UPU 체제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반면 개도국 기업들은 미국 수출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직접적으로 현 UPU 체제가 중국 제조업체들의 미국 수출이 유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UPU 탈퇴를 경고하며 재협상을 주장한 것 역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미 공군은 지난 16일 B-52 전략폭격기 2대를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상공에 진입시켰다.

미 해군이 수 차례 진행해온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공군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Plus)를 계기로 미중 국방장관 회동이 예정된 날에 맞춘 것이다. 중국이 강력 반발할 것이 분명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17일 미 해군 연구선을 대만 가오슝(高雄)항에 정박시킨 데에서도 다분히 중국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요오드화수소산에 반덤핑 최종판정을 내려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향후 5년간 41.1~12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미국과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이날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날보다 0.25% 상승한 6.9275위안으로 고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자 기다렸다는 듯 21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것이다.

미국의 군사ㆍ외교적 압박에도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의 남중국해 진입에 대해 “일부 국가가 항행의 자유를 핑계로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및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에 최신예 초음속 순항미사일 HD-1 판매를 추진하는 것도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겨냥하는 의미가 크다. 실질적 2인자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내주에 중동지역 공식방문에 나서는 건 ‘우군’ 확보전의 일환이다. 특히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을 포함시킨 건 미국을 의식한 측면이 다분하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우려했던 환율전쟁은 피했지만 미국은 중간선거가 있고 중국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 양측 모두 국내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11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지만 적어도 그 때까지는 미중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양정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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