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소업체들, 연말시즌 ‘직원 이탈’ 비상

2018-10-18 (목)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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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황으로 구인난 심화, 더 나은 급여·복지 제시

▶ 업체마다 인력충원 나서, 특별 보너스·점심제공 등

중소업체들, 연말시즌 ‘직원 이탈’ 비상

연말시즌을 앞두고 LA 한인업체들이 직원들의‘이탈’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알디 마켓 앞에 설치된 채용 안내문. [AP]

#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인업체에서 올해 4년째 일하고 있는 한모(45)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다. 최근 들어 제법 규모가 있는 동종업계 업체 2곳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한씨는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가 근무하는 직장은 중소업체로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다녔지만 낮은 급여와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모처럼 직원을 뽑는 업체가 있어 이번 기회에 급여와 복지혜택이 좋은 곳을 찾아 이직을 결심한 한씨는 “지원한 회사에 입사하지 않더라도 오라는 곳이 있어서 걱정은 되지 않는다”며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기 전에 현재 직장 업주에게 급여 인상이라도 한번 요구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말시즌을 앞두고 한인 중소업체들이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8월 기준으로 빈 일자리가 전국적으로 700만개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급여 인상과 복지 혜택을 쫓아 이직하려는 직원을 붙잡기 위해 비상이 걸린 것.


17일 직원 20명을 둔 업체를 운영하는 업주 한인 이모씨는 “올해 들어 급여 인상 요구를 받아 주지 않아 퇴사한 직원만 3~4명에 이른다”며 “소규모 업체라 급여도 낮고 의료보험 혜택도 없다보니 제때 직원 충원이 안돼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직원들이 면담을 요청하면 가슴이 내려 앉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요즘처럼 직원 붙들기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중소업체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같이 직원들이 퇴사를 빌미로 급여 인상 요구를 하게 되거나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을 강행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일자리가 많아진 탓이다.

16일 연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낸 채용공고 일자리 수가 8월 말 현재 713만6,000개로, 이는 1년 전보다 109만2,000개(18%) 늘어난 것일 뿐 아니라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최대치다. 반면에 구직자(실업자) 수는 623만4,000명에 그쳤다. 일자리와 구직자의 차이는 사상 최대인 90만2000개에 달했다.

일자리가 사상 최대로 남아도는 상황에서 타사 이직을 수단으로 삼아 제자리 걸음의 급여를 한번에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인 중소업체 직장인들의 이직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 대부분이 급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 근거는 기업들이 직원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소위 ‘구인난’이 더욱 심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급여 인상을 할 여유가 없는 한인 중소업체 업주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직원 붙들기에 나서고 있다.

1회성이지만 보너스를 전 직원에게 지급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영업직 등 매일 사무실 출근이 필요없는 직종의 직원에게 재택 근무를 실시하는 업체도 생겼다.

또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업체도 나타나기 시작했고, 매일 아침 업주가 손수 커피를 끓여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하는 등 한인 중소업체들은 직원 붙들기에 지금 한창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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