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중국과의 무역전쟁 역효과

2018-10-16 (화) 이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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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제조업체에 직격탄, 비용 상승, 순익 감소 등

트럼프 정부가 자국산업 보호 및 자국민 일자리 창출이라는 표어를 내걸며 중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이 오히려 그가 도우려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월스트릿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주요 관세부과 대상인 철강 및 알루미늄을 포함한 원자재 및 중간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다수의 제조업체가 혜택은커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조업체들은 중국 외 국가들로부터 원자재 수입을 모색하고 트럼프 정부의 제안대로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과된 관세로 인해 인상된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체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비용상승 뿐만 아니라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또한 언급했다. 플로리다에 공장을 둔 대형스피커 제작 업체 ‘제이엘 오디오’의 부사장 맨빌 스미스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 제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 부사장에 따르면 제이엘 오디오스피커의 중국산 핵심부품들이 관세대상 품목에 포함되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한데 반해 동일한 중국산 핵심부품을 사용하는 유럽과 중국의 스피커 업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작 및 판매가 가능해 경쟁력에서 앞선다.

스미스 부사장은 “같은 핵심 부품을 사용한 일부 중국산 완제품들은 관세를 피해 미국으로 수입이 가능하지만 관세가 부과된 핵심부품을 사용해 플로리다 공장에서 만든 우리 제품은 시장에서 더 비싼 값에 거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의 생산시설 재배치를 돕는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서 대표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적자를 해결하고 제조업 관련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100%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침대, 가구 및 잔디깎이 기계 등을 제조하는 ‘미첼메탈프로덕트’는 작년에 해외 공급사 의존도를 전체 비용의 20% 내외로 낮춘 공로를 인정받아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올해 초 부과된 관세로 인해 국내 철강가격이 40% 이상 상승하게 되며 역풍을 맞았다.

<이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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