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 비핵화 구상

2018-10-06 (토) 정계훈 국제경영전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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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으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핵화 협상이 최근에만 제기된 것이 아니다. 1991년에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전략적 핵무기를 철수했고 1992년에는 남북공동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선포했다.

이 비핵화의 주요내용은 쌍방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소유하지 않을 것이며 검증을 위해 상호핵통제위원회(JNCC)를 설치하고 의문되는 핵시설을 시찰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회가 검증시찰을 시도할 때마다 북한은 한정된 지역만 시찰을 허용했다.
또 북한은 1985년에 비핵확산조약(NPT)에 가입하고 1992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정협정(CSA) 시찰을 허용했지만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 선언과 비핵확산조약 서명국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핵보유국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핵 실험장, 농축우라늄, 핵연료 재처리 시설 등을 암암리에 건설했고 핵개발이 문제화 될 때마다 비핵화협상에 응하면서 외부와의 마찰을 회피해 왔다. 북한은 마침내 2003년에 비핵 확산조약을 탈퇴하고 공개적으로 핵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2006년에 첫번째 핵폭탄 시험에 성공했다. 그 후 6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각종 탄도미사일 개발로 미국은 물론 우방국들을 협박해왔다.


북한의 핵개발이 진전할 때마다 남-북, 북-미 및 중-러-일을 포함한 6자 간의 비핵화협상을 재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과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이번 협상을 위하여 남북정상이 세차례 만났고 북미정상 회담도 이루어졌다. 이번 협상이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협상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반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불신 때문에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협상결과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이다. 핵무기, 탄도미사일, 우라늄 농축시설, 핵실험장 목록을 제출하고, 검증시찰을 허용하며, 비핵화 일정표를 제출하면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과 대북제재를 완화할 것이다.성공적인 비핵화협상으로 북한이 미국의 우방국으로 전환한다면 중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이 시기에 역사적인 외교성과로 간주될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비핵화를 미끼로 미국으로부터 북한체제보장, 대북제재완화와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먼저 종전선언과 제재완화를 해야 진정성 있는 비핵화에 노력하겠다는 태도이다. 또 북한은 남한을 앞세워 미국으로부터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는데 과거 친북 남한정권의 대북 유화정책에 회의를 느끼는 미국이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 간주하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한은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북한을 억제하든가 아니면 대북경협 같은 유화정책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자를 택하면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이고, 후자를 택하면 미국의 대북강경 정책과의 마찰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양자택일 상황에서 친북 남한정권은 유화정책을 우선으로 북한과의 평화를 유지하고 미국도 유화적 대북정책으로 북한비핵화를 유도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북정책으로 남북간의 평화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한미동맹의 분열은 물론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성공하려면 미국이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응하든가 아니면 북한이 먼저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미지수인 이 시점에서 한국이 일방적인 유화정책을 단행하거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방위태세를 소홀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미간의 진정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자체적인 국방력과 한미동맹 강화로 안보 태세를 고수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대북정책이라 본다.

<정계훈 국제경영전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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