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세들 정체성 인식 분명…“93% 나는 코리안아메리칸”

2018-10-03 (수) 특별취재반/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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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특집/재미 한인 2세들의 정체성 조사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이 본격화된 지 어언 50년이 되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온 한인들은 200만 명이 넘는 한인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그러나 지금 한인사회는 고령화된 이민 1세대들의 퇴조와 함께 2세대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전환기적 시점에 놓여 있다. 많은 2세들이 이미 40대와 50대로 성장해 미 주류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구구성에서도 이미 1.5세와 2세대들의 숫자가 1세대들을 추월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대들은 모국에서는 물론 1세대들마저 이해하기 힘든 ‘세대’, 미지의 ‘종족’으로 남아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한인 2세대들에 대한 연구나 특히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성찰과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본보는 재미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2세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한국어 능력은 어떤지, 한국과 한국문화,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그들이 겪은 좌절과 고민, 희망은 무엇인지 등 종합적인 정체성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기획특집은 정체성을 묻는 설문조사와 2세들의 솔직한 생각을 엿보는 좌담회, 2세 권익단체를 이끌고 있는 대표자 인터뷰로 구성된다. <특별취재반>


2세들 정체성 인식 분명…“93% 나는 코리안아메리칸”

2세 젊은이들이 본보의 설문조사에 답하고 있다.




한국어 능력

▲말하기 수준= 2세들의 대부분은 한국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 말하기 능력을 묻는 질문에 ‘조금 한다’가 48%로 가장 많았다. ‘잘 하는 편’도 37%로 전체의 85%가 기본적인 한국어 말하기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어를 못하는 응답자도 15%나 됐다.

▲한글 쓰기 능력= ‘조금 한다’는 응답이 61%로 2세들의 상당수가 기초적인 한글 쓰기 능력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하는 편’이란 응답도 18%나 돼 한국학교 등에서의 교육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글을 아예 못 쓰는 2세도 다섯 명 중의 한 명꼴인 21%나 됐다.

▲한국학교= 2세들의 2/3 이상이 한국학교에 다닌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2년 이내 재학 및 3-5년 재학이 각각 31%를 차지했다. 10년 이내 다녔다는 응답자도 14%나 돼 한국학교에 다녀본 적이 있는 2세는 모두 76%였다. 그러나 한국학교에 다녀보지 않은 2세도 24%나 됐다.

▲한국어 실력 향상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대다수 2세들은 한국어를 집과 한국학교에서 습득하나 실력을 증진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한국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였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1%나 됐다. 이어 부모와의 대화가 28%로 나타났으며 한국학교 16%, 모국 방문 15%로 집계됐다.

▲배우자 및 자녀와 한국어 사용 여부(해당자만)= 결혼한 2세를 대상으로 한 이 질문에 전체 200명 중에서 23%인 46명이 응답했다. 이중 영어 사용이 82%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사용한다가 16%, 한국어 사용은 2%로 나타났다.


한국과 한국문화

▲한국 방문= 전체 응답자 중에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2세는 82%인 164명이었다. 이중 2-3차례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한 차례 19%, 4-5차례 11%, 5차례 이상 한국을 찾은 이는 17%였다. 한국을 가본 적이 없는 2세도 18%나 됐다.

▲한국에서 불편한 점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82%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질문에서 2세들은 한국인들의 시민의식(26%), 언어(25%), 공기, 위생 등 환경(24%), 교통(6%), 음식(1%) 순으로 꼽았다.

▲한국 방문과 모국 이해= 한국을 방문한 2세들의 대부분은 모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그렇다’가 41%, ‘조금 도움이 됐다’ 37%로 나타났으며 부정적인 답변은 4%에 불과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 습득= 2세들의 대부분은 미국 미디어와 부모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있었다. 북한 정보를 미디어를 통해서 얻는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7%를 차지했으며 부모님 13%였다. 그리고 미디어와 부모를 통해 종합적으로 얻는다는 응답도 29%를 차지했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1%에 불과했다.

▲한국 TV 시청= 인터넷이 한인 2세와 모국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세들의 71%가 한 달에 1회 이상 한국 TV를 시청한다고 답했다. 이중 매주 1회 이상 본다는 답이 48%나 됐으며 한 달에 1회 이상은 23%였다. 1년에 한 두 번 본다는 응답자는 18%, 안 본다는 11%였다.

▲한국 음악 청취= 케이 팝의 위력이 미국의 한인 2세들에도 크게 떨치고 있었다. 한국 음악을 주 1회 이상 듣는다는 응답자가 37%이며 월 1회 이상 25%, 연 1-2회 27% 순이었으며 듣지 않는다는 11%였다.

▲한식 섭취= 2세들은 역시 한민족의 입맛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65%는 적어도 주 3회 이상 한식을 섭취한다고 답했다. 또 주 1회 이상은 26%로 2세들의 91%가 한식을 매주 먹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 1회 이상은 9%였다.

▲ 한국 문화 배운 경험= 2세들의 76%는 성장하면서 음악과 무용, 역사, 풍물놀이 등 한국문화를 경험해봤다고 응답했다. 기회가 없었다는 12%, 앞으로 배워보고 싶다 12%로 나타났다.

정체성

▲당신은 누구인가= 자신을 코리안 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인식하는 2세들이 93%나 됐다. 미국인 1%, 한국인 2%란 답도 나왔다.

▲정체성을 인식한 시기= 2세들의 상당수는 어려서부터 코리안 아메리칸이란 정체성을 깨달은 것으로 나타났다. 59%가 초등학생일 때 정체성을 인식했으며 중고등학생일 때 23%, 대학생일 때 13%, 직장 다닐 때 2% 순이었다.

▲한인과 결혼 의사(기혼자는 배우자 여부)= 절반 넘는 2세들이 앞으로 한인과 결혼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답했다. 전체 52%가 한인과의 결혼 의사를 밝혔으며 아직 모르겠다는 답은 46%였다. 미국인이나 다른 인종과 결혼하겠다는 답은 2%였다.

▲부모와 한국어 대화 여부= 2세들의 절반인 50%는 가정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2세도 39%나 됐으며 영어만 사용하는 가정은 11%였다.

한인 커뮤니티

▲한인 종교기관 경험= 어려서 교회 등 종교기관에 다닌 적이 있는 2세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다녔다는 응답자가 40%로 가장 많았으며 현재도 계속 다닌다 30%, 5년 이하 다녔다 25%, 대학생 때까지 3%였다. 다니지 않았다는 2%에 불과했다.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 아는가= 2세들은 한인사회와 거리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막상 40%나 되는 응답자가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 ‘안다’는 답을 내놓았다. ‘조금 안다’는 17%였다. 그러나 ‘모른다’는 답도 43%나 됐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일할 생각은= 응답자의 39%가 한인 커뮤니티에서 일할 수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잘 모르겠다는 26%, 일할 생각이 없다는 35%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본보가 지난 9월10일부터 30일까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한국에서 만 5세 이전에 이민 온 고등학교 재학생 이상의 남녀 2세 200명을 대상으로 면담과 이메일 설문조사 방식을 병행해 실시됐다.
응답자의 80%인 160명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20%는 한국에서 태어나 만 5세 이전에 미국으로 온 케이스다. 또 응답자의 52%는 여자이며 남자는 48%였다. 연령대는 10대(고등학교 재학 이상) 26%, 20대가 46%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19%, 40대 이상은 9%였다.

미국에서 성장한 지역은 버지니아 주 43%, 메릴랜드 주 34%, DC 1%로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성장한 대상자가 78%로 대부분이었다. 나머지는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켄터키, 미네소타, 와이오밍 출신이 차지했다.
현재 거주지는 버지니아 주가 58%로 가장 많았으며 메릴랜드 주 31%, 그리고 뉴욕, 캘리포니아, 미주리, 보스턴, 샌디에고 등 다른 지역 거주자도 11%가 포함됐다.

<특별취재반/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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