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석 화두는 ‘평화’와 ‘경제’… 여야 누가 유리할까

2018-09-25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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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평양 정상회담 성과 부각… 야당 “문제는 경제”

▶ 대통령 지지율 “당분간 상승… 민생 어려우면 하향세”

추석 화두는 ‘평화’와 ‘경제’… 여야 누가 유리할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추석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21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추석 화두는 ‘평화’와 ‘경제’… 여야 누가 유리할까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당직자들이 추석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한국에서 추석과 설 명절은 ‘민심의 용광로’(melting pot) 역할을 한다.

서울과 지방의 민심이 만나는 명절을 거치면서 대통령과 정당들의 지지율이 출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명절 밥상 화두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24일 올해 추석 밥상머리에 오른 주요 화두는 크게 ‘평화’와 ‘경제’ 등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입지를 강화하고 야당을 흔들기 위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주요 이슈로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와 후일담을 거론하면서 ‘평화’ 홍보에 적극 나섰다. 민주당은 민생 문제에서는 “정부가 새 대책을 마련했으므로 집값도 조만간 안정되고 일자리 문제도 연말부터 차차 해결될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진보 성향 야당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평화’와 ‘개혁’에 더 무게를 뒀다.

반면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정부 경제 정책의 부진한 성적표를 언급하면서 “문제는 경제야!”를 이슈로 꺼냈다. 특히 10%까지 치솟은 청년 실업률을 비롯한 ‘일자리 쇼크’와 서울 집값 폭등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보수 야당들은 또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가 말로만 거론됐지 ‘비핵화’ 실천의 구체적 진전이 없고, 비무장지대 인근 군사훈련 중단 합의로 안보 태세만 약화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전략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추석 연휴 직전에 기차역을 찾아 ‘이제는 함께 평화로운 한가위’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귀성객들에게 인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민생 경제난’을 부각하려는 듯 ‘서로에게 힘이 되는 한가위 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으로 추석 인사를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1일 서울역 인사에서 “이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고 남북이 교류·왕래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좋은 한가위를 보내시라”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규제 개혁 법안들을 언급하며 “추석을 앞두고 국회가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으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게 되어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추석이 되어도 마음은 무겁다. 정치, 경제, 남북 관계 모두가 그렇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강북구 수유 시장을 찾았다고 소개하면서 “ ‘장사 좀 잘 되게 해 주세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서도 ‘좀 잘해요’라는 격려와 질책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경제 사정이 좋지 않지만 마음만이라도 넉넉한 한가위 되시라”면서 “비핵화의 길은 여전히 멀고, 소득 주도 성장의 고단한 현실은 아직 우리 앞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1일 SRT 수서역에서 인사하고 “정부는 한반도 평화도 중요하지만 경제와 민생에 적극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갈래 화두가 뒤섞이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때 50% 밑으로 떨어졌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10%포인트가량 급반등해 60%선을 회복했다. 추석 연휴 이후의 대통령 지지율 추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당분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 전후를 유지하거나 약간 더 오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집값 상승, 일자리 쇼크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세 가지이다.
첫째 한미 정상회담과 여러 채널의 북미 회담을 거치면서 북한 비핵화 이행의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것인지 여부이다. 또 고가 주택 또는 다주택 소유자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대출을 제한하는 9·13 주택 시장 안정 대책과 서울 인근에 미니 신도시 4~5곳 건설을 골자로 하는 9·21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이 효과를 거둬서 올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오른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느냐 여부이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천명 증가에 그치고, 전체 실업자가 113만명에 이르러 ‘일자리 쇼크’를 보여줬는데, 이 같은 고용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도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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