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석·박사 공부하다 백수되느니” 변호사·변리사 자격증 딴다

2018-09-25 (화)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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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 동시미달

▶ 변리사 합격자 3분의 1이 공대생 로스쿨 입학생 해마다 늘어

한국 내 이공계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기피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석·박사를 가리지 않는 구직난이 꼽힌다. 기업들이 고연봉에 이직 가능성이 높은 석·박사 대신 학부 출신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고학력 백수’가 크게 늘었다.

고려대 공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정모(28)씨는 “과거엔 기업들이 재정적 여유가 있어서 석·박사 학위 소지자를 많이 뽑았지만 최근엔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학부생을 더 선호한다”며 “후배들도 백수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대학원에 가느니 일찍 사회에 발을 들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송창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공대·자연대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2,705명과 1,363명을 각각 조사한 결과 공대 출신의 취업률은 72.5%, 자연대(이과대) 출신은 64.0%에 그쳤다. 4명 중 1명은 박사학위 취득 후 2년이 지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경영실적이 저조한 기업들이 박사학위 소지자보다는 학부생을 선호하자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지식을 쌓는 대신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변리사나 변호사로 경로를 트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한변리사협회에 따르면 해마다 배출되는 합격자 200여명 중 30명에 불과했던 공대 재학생 비율은 최근 50~80명까지 늘어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2년 내 전체 합격자의 3분의 1에 달할 만큼 공대 재학생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변호사 업계도 최근 대형 로펌들이 거액을 주고 공대 출신 변호사 채용을 늘리고 있어 로스쿨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느는 추세다.

대체복무제가 폐지될 수 있다는 점도 이공계 학생들의 국내 대학원 진학 기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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