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핸드백 판매업체들 ‘이중고’

2018-09-25 (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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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정부 중국산 관세부과 여파로 ‘짝퉁’ 활개 우려… 대책마련 분주

한인 핸드백 판매업체들 ‘이중고’

연방정부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로 ‘짝퉁’ 핸드백이 미국시장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연방세관국경보호국 제공>

한인 핸드백 판매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미국의 고율 관세로 코치, 마이클 코어스, 케이트 스페이드 등 중국에서 제작되는 명품 가방 브랜드 제품들이 10%가 넘는 가격 인상 압박을 받으면서 소위 가짜 모조품인 ‘짝퉁’이 더욱 활개를 칠 것으로 우려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가 오늘부터 효력을 발휘하면서 중국 내 최대 짝퉁 지역인 베이징에는 유통업자와 샤핑객의 방문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는 진품과 모조품이 공존하고 있다. 진품 가방뿐 아니라 짝퉁의 대부분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핸드백을 비롯해 전자기기나 소프트웨어까지 불법 모조품의 전 세계 거래 규모는 4,610억달러. 이는 전 세계 마약 거래 규모보다 더 많은 수치다.

핸드백의 경우 모조품의 85%가 중국과 홍콩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중 20% 정도가 미국의 유명 브랜드 가방들이다. 진품은 세관을 통해 미국에 수입되기 때문에 고율 관세를 적용받지만 법망을 피해 미국에 들어오는 짝퉁 핸드백은 가격 인상 압박에서 자유롭다.

결국 이번에 취해진 중국에 대한 10%의 관세 부과가 짝퉁 생산에 일종의 ‘보조금’ 역할을 한 격이 된 셈이다.

한인 핸드백 판매업계의 어려움도 바로 여기에 있다.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 부담도 있지만 짝퉁이 기승을 부릴 경우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서 명품 핸드백 판매업을 10년 넘게 해온 한 한인은 “모조품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있어왔지만 관세 여파로 짝퉁 수요가 더 늘어날 수가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핸드백 판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사회에서도 짝퉁 핸드백이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래된 관행처럼 자리잡은 상태이다. 심지어 정품 판매업소에 찾아와 모조품이 있냐고 물어볼 정도다. 이는 핸드백 판매업계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명품 핸드백 전문점 업주는 10년 전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30% 정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관세 시행에 따라 진품과 모조품의 가격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짝퉁 수요를 크게 부추키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데 있다.

짝퉁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한 모조품 생산과 공급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핸드백 판매업계는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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