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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란 이름 탓에 경영난 겪는 뉴욕시 위락시설들

2018-09-24 (월) 한국일보-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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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업체가 위탁 운영중인 골프장·아이스링크 등

▶ 2017년 이후 매출 하락 뚜렷… 시정부 계약해지 모색

‘트럼프’란 이름 탓에 경영난 겪는 뉴욕시 위락시설들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이 위탁 운영하는 뉴욕 센트럴팍의 아이스링크. 이 아이스링크 매출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많이 떨어졌다. <뉴욕타임스>

뉴욕 센트럴팍 남쪽에 소재한 아이스링크에는 이 시설의 운영자 이름, 즉 ‘트럼프’라고 쓰인 커다란 빨간색 글자들이 붙어있다. 그룹투어를 실시하는 ‘센트럴팍 투어스’의 안내자가 관광객들을 향해 “여러분, 여기서 사진 찍기 원하나요”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아니, 아니, 그냥 계속 갑시다”라고 반응한다는 게 이 회사 대표인 테오도르 판데로프의 말이다.

뉴욕시 방문객은 2010년 이후 매년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경제는 호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이 운영하는 뉴욕시의 4개 오락시설은 전혀 그렇지 않다. 4개 시설은 골프장 한 곳과 회전목마, 그리고 2개의 아이스링크이다.

인터뷰와 시 기록에 따르면 트럼프의 정치적 상승 이후 4곳 모두에서 매출은 떨어지거나 제자리걸음이다.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은 야외 오락시설들의 영업부진이 나쁜 기상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뉴욕시 소유인 이 시설들의 개선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의 부사장인 로널드 리버맨은 “정치와 이곳 이용 실태 간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행업 관계자들과 시설 관계자들은 뉴욕에서의 트럼프의 낮은 인기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더해 또 다른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빌 드블라지오 시장 정부는 트럼프의 전 개인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법률적 문제가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과의 계약을 끝낼 수 있는 이유가 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맨하탄 첼시피어스 골프 클럽에서 일하는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이 브롱스에서 운영하는 트럼프 골프 링크스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다. 브라운은 “트럼프에게 돈을 줄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정부 기록에 따르면 금년 4월부터 6월까지 이 골프코스는 230만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입을 올렸다. 이는 3년 전 같은 기간 수입보다 100만달러가 적은 것이다.

시와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 사이의 계약 내용은 시설들에 따라 다르다. 어떤 시설들은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이 렌트를 내도록 돼 있고 다른 시설들은 수익을 배분하도록 돼 있다. 트럼프 골프장 사용자 감소는 클럽하우스 공사 부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약 3개월 전 대통령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와 에릭 트럼프는 1,300만달러짜리 클럽하우스 기공식을 성대하게 가졌다. 이 행사에는 유명 골프계 인사들이 트럼프 브랜드의 헬기를 타고 참석했다. 하지만 아직 클럽하우스는 오픈하지 못했고 공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지난해 이 골프장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의 현장이 됐다. 누군가 스프레이로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져 있는 시인 엠마 라자러스의 시 ‘새로운 거상’(The New Colossus)의 문구를 골프장 그린 위에 써놓는 바람에 그린이 엉망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은 전반적 이용자는 줄었지만 뉴욕시 5개 보로우 거주자들의 이용을 의미하는 레지던트 라운드는 올 들어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지던트 라운드 증가율은 2%도 안 된다.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이 운영하는 은 두 개의 아이스링크인 센트럴팍 내의 월먼 링크와 래스커 링크는 2015~2016년 시즌 상당히 성업 중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캠페인이 치러지고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해 매출은 5%나 줄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두 방문객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트럼프 업체가 운영하는 월먼 링크와 회전목마로 관광객들을 데리고 가기 전 경고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회전목마는 지난 2011년부터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이 운영해오고 있다. 이 업체 웹사이트는“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이 대대적 시설 개조를 했으며 그 결과 회전목마가 본래의 장엄함을 되찾았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5월 이후 1년 간 회전목마로 벌어들인 수익은 3만달러에 불과하다. 2년 전 18만8,000달러에서 급락한 것이다.

이 앤틱 이락시설의 본래 명칭은 ‘마이클 프리드샘 메모리얼 카루셀’이지만 한때 ‘트럼프 카루셀’이란 간판이 붙어있었다. 지난 5월 이 간판은 내려지고 ‘트럼프’라는 이름 자리에 말 그림이 들어간 간판으로 교체됐다.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은 이 조치가 트럼프란 이름과는 관계가 없으며 업데이트를 위해 교체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개인 변호사 코언이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시인한 후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시 변호사들에게 이 케이스를 이유로 뉴욕시가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의 시 소유 시설 운영권을 무효화시킬 수 없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장이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15년 트럼프의 라티노에 대한 망언이 나온 후 시장은 계약파기를 모색했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수정헌법상 표현의 자유 때문에 파기가 가능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트럼프 오르가니제이션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뉴욕시와의 모든 계약상 규정들을 준수하고 있다. 시 정부의 움직임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이름이 도미니크로 바뀐 트럼프 소호호텔, 그리고 역시 이름이 바뀐 맨하탄의 트럼프 플레이스 콘도미니엄 같은 민간 법인들은 성공적으로 트럼프란 이름을 떼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뉴욕시는 공하기 힘들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 견해이다. 한 변호사는 “뉴욕시는 세금을 내지 않았거나 담합입찰 등 혐의로 유죄를 받은 사람들과는 계약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 뉴욕시 입장을 보면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이상의 어떤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라이선스 계약에는 시정부가 자의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동시에 ‘임의적’이거나 ‘변덕스러운’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이 변호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나 그들의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이 조항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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