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쇼크는 몰려오고 있는데…

2018-09-2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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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0일이었던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백두산 정상에 올라 함께 손을 잡고 ‘브로맨스(bromance)‘를 과시했던 날이.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냉전(Economic Cold War)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에 추가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베이징도600억 달러 보복관세로 맞불을 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을 보이자 두 신문은 지난 40년간 상호의존성을 키워온 미국과 중국 경제의 ‘이혼’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신 냉전사태 도래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니다. 투자전쟁이고, 기술전쟁이다.” 중국 전문가인 케빈 루드 전 호주총리의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은 종전과 양상이 전혀 다른 전쟁에 돌입했다는 거다.

“앞으로의 세계경제는 과거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이 서로 다른 경제블록을 형성했던 것 같이 양분돼 미국과 중국을 각각 중심축으로 굴러갈 수 있다.” 애론 프리드버그 프린스턴 대 교수의 전망이다.

그 경우 금융시장이 흔들린다. 글로벌 공급체인이 무너지고 가치체인도 재편되는 등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자칫 군사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중국은 이미 새로운 경제 냉전의 시작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면서 그 갈등은 트럼프 퇴임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중국에 대한 ‘혁명적 정책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워싱턴의 컨센서스는 이미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미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세계경제의 패권을 겨루는 미국과 중국의 사활적 싸움, 그 전초전으로 세계경제의 새 판짜기는 벌써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트럼프 행정부(사실에 있어서는 워싱턴 전체의 의사이기도 하지만)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국에 투자하면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 한마디로 미국편에 서라는 거다.

그 서슬에 한껏 오만해있던 베이징도 당황을 넘어 절망감마저 보이고 있다. 중국도 중국이지만 더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중국만이 살길이다’- 이런 모토와 함께 가장 많은 돈과 기술, 그리고 소울(soul)까지 중국에 쏟아 부었다.


워싱턴 발로 시작된 중국 쇼크는 세계경제의 새 판짜기와 함께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한국경제를 뒤덮을 기세다. 앞으로 1-2년 내에 한국경제는 자칫 존폐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적색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무역전쟁, 경제적 냉전은 경제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안보문제와도 직결된다.” 중국문제 전문가 조셉 보스코의 지적이다.

어떻게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야한다. 그런데 무역이나 경제부문에서는 실탄이 모자란다. 그럴 때 강구되는 것이 비대칭전략이다. 세계적 차원의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중국이 지난 세월 ‘전가의 보도’ 같이 휘둘러온 비대칭전략은 북한 카드다.

핵에 미사일을 휘두른다. 그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다. 그걸 밑천 삼아 외교적 양보를 얻어낸다. 베이징이 써온 수법이다. 미국이 통상문제에 압력을 가해온다. 그러면서 북한과 직거래를 하려 들었다. 그러자 시진핑이 바로 꺼내 든 카드가 북한카드였다.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미-북 대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던 것.

그에 대한 맞대응인가. 요즘 들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이 ‘타이완 카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강력한 시사와 함께 타이완과의 관계를‘ 정상화 직전의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부상하면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남중국해, 타이완, 그리고 한반도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제로섬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보스코의 잇단 지적으로 두 나라간의 무역전쟁은 아시아의 분쟁지역에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거다.

무엇을 말하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과 북한의 중재자로 자처하고 있다. 그 중재자로서의 입지가 점차 좁아져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신 냉전은 필연적으로 보다 분명한 편 가르기를 요구한다. 특히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건 트럼프는 편 가르기의 명수라는 점에서 더 그런 생각이다.

관련해 새삼 주목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방문에서 보여줄 행보다. 문 대통령은 북한방문에서 미국이 우선시 하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발언과 행보는 별로 안 보였다. 반면 북한과의 신뢰구축, 또 민족자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리고 연설을 통해 듣기 따라서는 ‘북한을 미국제재에 맞서는 투사’처럼 묘사했다. 뭐랄까. 본색발로라고 할까.

“한미동맹이 우선인가 경제협력을 통한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우선인가. 문 대통령이 미국방문에서 어느 쪽에 방점을 찍는가에 따라 북핵문제는 물론 앞으로 한미관계의 방향도 결정 될 것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도 얻기 전에 평화에의 장밋빛 희망에 빠져있다. 그런 면에서 아무래도 후자 쪽이….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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