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中인민은행, 홍콩서 중앙은행채 발행…위안화 절상 수단 추가

2018-09-2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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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이 홍콩에서 중앙은행 채권을 새로 발행함으로써 역외 외환 시장 움직임을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3일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 금융관리국에 따르면 두 기관은 최근 이강(易綱) 인민은행 행장과 천더린(陳德霖) 금융관리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은행증권(Central Bank Bill) 발행·유통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앞으로 인민은행은 홍콩 금융당국의 채권 입찰 시스템을 통해 중앙은행증권을 매각할 수 있게 된다.


중앙은행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단기 채권으로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장치다. 만기는 수일부터 수년에 이르기까지 신축적이다.


인민은행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은행증권을 주된 유동성 관리 장치로 활용했다. 중앙은행증권 활용이 적극적이던 2008년에는 발행량이 4조2천억위안어치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에는 유동성을 관리하는 공개 시장조작 수단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와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로 바뀌면서 중앙은행증권은 사용되지 않았다.

중국 경제계에서는 인민은행이 홍콩에서 중앙은행증권을 다시 발행키로 한 것이 홍콩의 역외 위안화 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추가 정책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이 신규로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하면 홍콩의 위안화 유동성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위안화 절상 방향으로 환율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중국 당국은 구두 개입 등 창구 지도, 중국 대형 은행을 통한 위안화 매입 등의 방식으로 역외 위안화 시장에 개입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개입 방식에 부작용이 적지 않고 중앙은행증권 발행은 공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보다 시장 친화적인 개입 정책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중앙은행증권 발행은 중국 당국이 최근 위안화 거래 기준환율을 정하는 데 경기대응요소(counter-cyclical factor)를 다시 도입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위안화가 급격히 절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안화 기준환율을 정하는 데 경기대응요소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경기대응요소를 가미한다는 것은 인민은행이 기준환율 결정 과정에서 위안화 가치평가 바스켓에 담기는 다른 통화들의 움직임뿐 아니라 당국의 판단에 따른 조정도 추가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급속한 추가 평가절하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시켜 수출 기업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의 급속한 추가 하락을 원치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지난 19일 하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위안화의 일방적 평가절하는 단점은 많고 이익은 적다"면서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수출을 자극하는 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규모 외자 이탈, 주가 폭락으로 인한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이를 선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6월 이후 이미 6%가량 폭락한 상태다. 지난달 25일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9587까지 치솟으면서 한때 상징적 저항선인 7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인위적인 평가절하가 없을 것이라는 리 총리의 발언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6.8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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