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홍콩-광저우 고속철 23일 개통… 역사 중국법 적용 논란

2018-09-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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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중국화’ 의도”… 홍콩 야당·시민단체 반대 거세

▶ 8년간 13조원 투자해 건설…홍콩서 중국 전역 ‘일일 고속철 여행’ 가능

홍콩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선전(深천<土+川>)을 잇는 고속철이 23일(현지시간) 정식으로 개통하면서 역사 운영을 둘러싼 논란 또한 커지고 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광저우, 선전, 홍콩을 잇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의 정식 개통으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와 홍콩 간 일일 고속철 여행이 가능해졌다.

광선강 고속철은 중국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4종(縱)4횡(橫)' 고속철도망 사업의 일부이다.


광저우-선전-홍콩 고속철 구간은 총 44개 정거장으로 이뤄졌다. 중국 본토 구간 116㎞와 홍콩 구간 26㎞를 합해 총 142㎞ 길이다.


홍콩에서 선전까지 14분, 선전에서 광저우까지 47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홍콩에서 베이징까지 소요시간은 8시간 56분, 상하이까지는 8시간 17분이다.

홍콩에서 베이징까지 편도 고속철 요금은 1천239홍콩달러(약 17만7천원), 상하이까지는 1천159홍콩달러(약 16만6천원)다.

이 고속철은 대륙구간에서는 시속 350㎞, 홍콩구간에서는 200㎞ 속도로 운행할 예정이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날 고속철 홍콩 종착역인 웨스트카우룽(西九龍)역에서 열린 개통식에서 "광선강 고속철 개통의 가장 큰 의의는 홍콩과 본토 사람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개통식에는 마싱루이(馬興瑞) 광둥성장,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 등 5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개통식 후 시범운행한 고속철을 타고 광저우까지 다녀왔다.


마 성장은 "이번 고속철 개통은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건설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대만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웨스트카우룽역에는 역내를 돌아다니면서 고속철 이용객들에게 베이징 표준어와 광둥어로 출·입경 수속 등을 안내하는 하얀색 로봇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광선강 고속철이 정식으로 개통하면서 홍콩 고속철도역 내에 중국 본토법을 적용하는 이른바 '일지양검'(一地兩檢)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루 20만 명의 고속철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는 웨스트카우룽역은 지상 1층, 지하 4층 규모로 건설됐다.

지하 1층은 매표소, 지하 2층과 3층은 각각 출경과 입경 구역, 지하 4층은 열차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고속철 열차 내부와 역내 출·입경 관리소, 세관 검사소, 검역소, 여객 승하차 플랫폼 등의 시설에는 홍콩법이 아닌 중국법이 적용되는 이른바 '일지양검'이 시행된다.

일지양검에 따라 중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 역 시설은 10만㎡에 달해 웨스트카우룽역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법률적 사안은 중국 형법에 따라 중국 본토 법원이 관할한다.

역에서 일하게 될 본토 출신 역무원과 보안원 등 800여 명 역시 홍콩법이 아닌 중국법을 따르게 된다.

일지양검에 해당하는 구역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적용되는 2047년까지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정부로부터 빌리는 형식으로 매달 임차료를 지불하게 된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일지양검이 일국양제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 기본법은 국가, 국장 및 공휴일에 관한 규정, 영해 및 영공에 관한 규정, 국적법, 외교법 등을 제외한 중국법은 홍콩특별행정구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전날 웨스트카우룽역 밖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홍콩 야당 의원들은 "일국양제는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 일국양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일국양제를 통해 '홍콩의 중국화'를 꾀하고 있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도 홍콩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는 웨스트카우룽역 밖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광선강 고속철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세계에서 가장 쓸모없는 철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부터 추진된 광선강 고속철은 공사지연 등으로 개통이 3년이나 늦어졌고, 공사비용도 당초 669억 홍콩달러(약 9조6천억원)에서 884억 홍콩달러(12조6천억원)로 불어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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