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OECD 존스 한국담당관 “남북관계 긍정적… 한국 미래 낙관한다”

2018-09-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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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간 한국경제 담당한 랜들 존스 박사, 수교훈장 숭례장 받아

▶ “김정은 집권 뒤 北서 시장 역할 조금씩 확대…흥미롭게 관찰 중”

OECD 존스 한국담당관 “남북관계 긍정적… 한국 미래 낙관한다”

한국 수교훈장 받는 랜들 존스 OECD 한국경제 담당관 (파리=연합뉴스)

'선진국 클럽'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30년 가까이 한국경제를 분석해온 랜들 S. 존스(63) 박사는 10여 년 전부터 품어 온 꿈이 하나 있다.

언젠가는 평양에서 북한경제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고 그 변화상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2010년 잠시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 굳어졌지만,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며 이룰 수 없는 꿈이 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변화는 이런 그의 꿈에 다시 현실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OECD의 한국·일본 데스크 팀장인 존스 박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년 뒤 OECD에서 정년을 맞으면 미국으로 돌아가 북한경제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평화 프로세스가) 단기적으로 비용이 발생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모두에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에서 한국 경제를 30년 가량 분석해온 그는 OECD의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1970년대에 2년간 선교사로 한국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 한국어도 유창하고, OECD 분석관으로서 방한한 것만 40차례가 넘는다. 미국인이지만 한국 이름도 있다. 은혜 은(恩)에 빼어날 수(秀)의 '조은수'.

그는 한국 외에 북한경제도 들여다보느냐는 물음에 "2년마다 내는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북한을 조금 넣는데 과거 남북경협, 개성공단 같은 것을 다뤘다"면서 "북한경제의 변화상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경제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신중한 태도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뒤 북한에서 시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시장 중 상당수는 규모도 제법 크고, 시장친화적 사고를 지닌 신흥 상인계층을 공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강해지고, 정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하루아침에 북한경제가 바뀔 수는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바뀔 것이다. 좋은 신호들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OECD 존스 한국담당관 “남북관계 긍정적… 한국 미래 낙관한다”

평양의 아침 (평양=연합뉴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9일 아침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바라본 평양 시내의 모습.


모국어인 영어로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대목에서는 한국어로 힘주어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존스 박사는 인터뷰에 앞서 이날 파리에 있는 주OECD 한국대표부에서 우리 정부가 수여하는 수교훈장 숭례장(崇禮章)을 받았다.

수교훈장은 한국의 국권 신장 또는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이 뚜렷한 사람에게 한국 정부가 대통령 명의로 주는 훈장으로, 존스 박사도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표창과 메달을 받았다.

한국이 훈장까지 줬는데 한국 정부의 정책분석에는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으냐는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에는 "더 솔직하게 내 의견을 말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웃었다.

훈장을 받은 뒤에는 한국과 일본, OECD의 외교관들을 상대로 한국과의 오랜 인연을 돌아보는 짧은 연설도 했다. 조금 어눌하기는 해도 막힘이 없는 한국어였다.

1974년 만 열아홉의 나이에 서울·부산·대구·광주를 돌며 선교사로 활동했던 존스 박사는 당시 한국인들의 잘 살고 싶다는 욕구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심각한 지역감정 등을 가까이에서 체험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면 감옥에 갔던 때"였지만, 하숙집에서 다른 한국 학생들처럼 보리밥에 달랑 김치와 두부만 먹어도 좋던 시절이었다. 모두 가난하면서도 행복하고 낙천적이던 그때 한국인들의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그런데 요즘 한국사람들은 1974년보다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존스 박사는 "많은 한국인이 성장률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미래를 비관하지만, 그래도 나는 낙관적"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한국은 훌륭한 인적자원이 많고, 다들 열심히 일하고, 역동적이니까요. 젊은이들의 교육수준도 높습니다. 한국이 계속해서 세계 일류국가로 발전할 것으로 믿어요."

한국경제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본업으로 돌아가 교과서적인 정책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올해 OECD 보고서에 있는 대로 한국은 포용적 성장, 삶의 질 중시, 일과 가정의 양립, 녹색성장을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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