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프란치스코 교황, 독립 100주년 맞은 발트3국 순방 돌입

2018-09-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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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에트·나치 희생자 추모하고, 종교 간 화합 강조할 듯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현지시간) 북동 유럽에 있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순방에 들어갔다.

나흘간 이어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문은 일명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이들 세 나라가 1차 대전 직후인 1918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꼭 100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발트 3국은 1940년 당시 소비에트 강제 병합에 이어 2차 대전 말기에는 나치에 점령돼 혹독한 박해를 겪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소련이 붕괴한 1991년 독립을 선언한 뒤 2004년 나란히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 서방의 일원이 됐다.


교황은 이번 순방에서 소비에트와 나치 치하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고, 종교 간 화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지난 20일 세 나라 국민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 "자유는 귀중한 유산으로 끊임없이 지키고 후대에 물려줘야 할 보물"이라고 강조해, 발트 3국 방문을 러시아와 소비에트와 나치의 압제에 저항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기회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소비에트 치하의 발트 3국에서 가톨릭은 교회가 폐쇄되고 성직자가 투옥되는 등 혹독한 박해를 받았다.


13억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이 지역을 찾는 것은 1993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이번 순방은 또한 최근 미국·호주·독일·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사제들이 과거에 저지른 아동 성 학대와 성 학대 은폐 의혹이 속속 드러나며 가톨릭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방 첫 목적지인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는 이틀간 머물며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면담한 뒤 현지 젊은이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에 의해 고문·살해당한 반체제 인사들을 기리는 박물관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한다.

아울러 현지 유대인 거주지도 방문해 홀로코스트로 스러진 희생자들도 추모할 예정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나치 점령 당시 유대인 20만명이 독일군과 나치 부역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여파로 현재 전체 인구 290만명 가운데 유대인은 약 3천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교황은 24일에는 라트비아 리가로 이동해 가톨릭과 루터교 신자들의 공동 기도회에 참석하며, 25일에는 마지막 순방지인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현지 젊은이와 빈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천주교 신자가 전체 인구의 80%에 달하는 리투아니아에서는 특히 가톨릭이 소비에트에 대한 저항운동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상당수의 사제·주교들이 당국의 탄압으로 순교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교황청 통계에 따르면 라트비아 전체 인구 200만명 가운데 25%가 신교도, 19%는 러시아 정교회, 16%는 가톨릭 신자가 차지하고 있다. 인구 130만명 대부분이 무신론자인 에스토니아의 가톨릭 인구는 약 6천명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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