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실 행사, 가짜 영수증이 ‘관행’ 이라니…

2018-09-18 (화)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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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영부인식당’ ‘떡볶이’사업 실패, LA 초호화판 ‘코리안 쌈데이’ 빈축

▶ 스타셰프 양성 교육도 흐지부지 끝나

보건국에서 제대로 된 퍼밋을 받지 않아 도중에 중단한 부실한 행사에 가짜 영수증을 끼워 맞춰 정부지원금을 타낸 사실이 드러났지만 “관행”이라고 변명했다. 관계자들은 돈을 준 한국 정부도 “관행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당당하기까지 했다. 가짜 영수증으로 지원금 2만 달러를 받아냈다고 시인한 시애틀 지역 ‘서북미요식협회’의 한식 홍보행사(본보 15·17일자 보도)가 알려지면서 ‘한식 세계화 사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례는 거액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한식 세계화 사업’이 여전히 표류하고 있음을 보여준 본보기다. 이 단체 관계자들의 말은 줄줄 새고 있는 한식 세계화 지원금 낭비가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추정을 하게 만든다.

혈세 낭비라는 숱한 비판과 지적을 받아왔던 한국 정부의 한식세계화 사업이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채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식세계화추진단’으로 시작해 ‘한식세계화재단’, ‘한식재단’으로 이름 바꾸기를 거듭해 온 이 사업은 간판을 ‘한식진흥원’으로 바꿔 달았을 뿐이다. 시애틀 한인단체가 낸 가짜 영수증으로 채워진 사업계획서에 2만 달러를 선심 쓰듯 내준 곳이 바로 ‘한식진흥원’이다.


‘한식진흥원’(전신 한식재단)을 내세운 한국정부의 ‘한식 세계화 사업’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고서도 헛발질이 계속되는 부실사업으로 지목됐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한식세계화추진단’에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명예회장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첫 단추부터 엇나갔다. 사업 타당성도 없었던 50억짜리 ‘뉴욕 프래그십 한식당’ 사업이 ‘영부인 식당사업’으로 불리며 무리하게 추신되다 결국 문을 닫았고, ‘떡볶이’를 대표 한식으로 지정해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며 140억원을 투입했다 사업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

또, 지난 2013년 LA 한인타운에서는 ‘한식당 가이드북 출판 기념 및 코리안 쌈데이’ 행사를 한다며 당시 한식재단이 1인당 1,000달러가 넘는 초호화판 파티를 열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뉴욕, 파리, 런던, 베이징 등지에서 열렸던 다과체험 행사에는 1인당 최고 4,400달러의 식비가 사용된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고, 한식 스타셰프를 양성한다며 공무원을 대상으로 최고급 무료 요리교육을 시킨 적도 있다. (본보 2016년 2월4일자 보도)

예산 11억원을 들여 만든 ‘유럽 한식당 가이드북’을 식당창고에 처박아 둔 모습이 공개됐는가 하면,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라는 대통령 부인 책 출간에 예산 5억원을 투입했다 들통이 나기도 했다.

또 거액의 예산을 집행해 온 한식재단 현직 이사장이 LA에 자신의 사설요리학교를 개설(본보 2017년 8월10일자 보도)하고서도 마치 한식 세계화 사업인양 홍보하다 지원금 받기가 어려워지자 슬그머니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한국 정부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이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2,000억원이 넘지만 이 사업의 성과나 파급 효과를 자신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일회성 전시 행사에 그쳤고, ‘흥청망청’ 써도 되는 ‘눈 먼 돈’이라는 인식에 너도나도 지원금 받아내는데 급급했다.

이 사업과 관련 한 음식 전문가는 “정체도 불분명한 ‘한식 세계화’란 전시성 사업에 국가가 나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발상”이라며 “전면 재검토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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