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늘에 별따기’ 된 아파트 관리소장

2018-09-18 (화)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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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 1명 채용에 60명 이상 쇄도, 고령화·경제불황탓 5060에 인기

“한 달 치 월급을 아파트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겠습니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300여세대를 책임지는 관리소장 1명을 뽑으려 하자 지원자 60여명이 몰렸다. 몇 년 전만 해도 300세대급 관리소장은 월급이 많지 않아 갓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주로 지원하던 자리였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은퇴 후 재취업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원자가 뛴 것이다.
관리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경쟁이 치열해서 주택관리사보자격증을 딴 뒤 아파트회계학원까지 다니면서 경리 업무를 익히는 사람이 많다”며 “10명 중 최소 1명은 그런 지원자”라고 전했다.


자격증만 있으면 재취업하기 쉬웠던 주택관리사(관리소장) 업계가 바뀌고 있다. 고령화에 경제불황이 겹치면서 자격증을 따 관리소장이 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오는 2020년 시험 합격 기준도 상향돼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취업하기 위한 주택관리사보자격시험 응시 대상자가 지난해 2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응시 대상자는 2만88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응시 대상자는 매년 1,000명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1만7,469명에서 2015년 1만8,639명, 2016년 1만9,469명으로 늘었다.

주택관리사보는 공동주택 운영·관리·유지·보수를 실시하기 위한 자격시험으로 1년에 한 번 1·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1997년 공동주택 관리소장으로 자격증 소지자의 채용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면서 재취업 수단으로 부상했다.

초기 자본금 없이도 은퇴 후 자격증만 있으면 재취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불황기에 더 각광을 받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치킨집·편의점과 같은 창업이나 공인중개사가 상당한 규모의 자본금이 필요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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