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방정부 전자담배 규제, 전통 담배업체에 희소식

2018-09-17 (월) LA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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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매출 13억달러 업계 선두‘줄’은 큰 타격 불가피

▶ 전자담배 비중 적은‘빅 토바고’에겐 오히려 어부지리

연방정부 전자담배 규제, 전통 담배업체에 희소식

매사추세츠의 한 고교생이 교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방정부는 12일 전자담배 규제안을 발표했다. [AP]

연방정부 전자담배 규제, 전통 담배업체에 희소식

전자담배 선두업체인‘줄’의 제품들.


정부 규제기관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품을 타깃으로 단속을 벌인다면 업체로서는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당신을 위협하고 있는 경쟁업체들까지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 전자담배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방식품의약국(FDA)이 전자담배가 어린 청소년들 사이에 점차 인기를 얻고 있는데 따른 우려로 관련 제품에 대한 단속을 발표하지 일부 전자담배 생산업체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전자담배 생산업체들에게 청소년들에 대한 판매규제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을 요구한 연방정부 발표는 전자담배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전자담배 전문업체 줄(Juul)에게는 아주 나쁜 뉴스가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거의 하룻밤 새에 전자담배업계 선두로 뛰어오른 업체이다. 하지만 이러 상황이 알트리아, 임페리얼 브랜즈, 그리고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고 등 거대 담배생산업체들, 이른바 ‘빅 토바고’ 기업들에게는 좋은 뉴스가 되고 있다.

말보로를 생산하는 알트리아의 주가는 규제안이 발표된 12일 거의 7%나 뛰었다. 카멜 생산업체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주가 역시 6%가 올랐으며 윈스턴과 쿨 생산업체인 임페리얼 브랜즈 주가는 3%가 올랐다. 줄은 아직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회사이다.


이 3개 기업은 줄과 전자담배 시장에서 경쟁해 왔다. 하지만 줄과 달리 이들 업체들은 전통담배도 생산한다. 정부의 전자담배 규제와 단속이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로 이런 상황이 거대 담배기업들을 전자담배 시장의 선두주자로 다시 끌어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보로를 생산하는 알트리아를 전문적으로 분석해 온 웰스파고 증권의 보니 허조그는 연방식품단속국 조치에 의해 줄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저그는 올해 미국 내 전자담배 판매가 4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알트리아와 다른 담배회사들도 전자담배 규제에 따른 피해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줄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정부의 규제를 다룬 경험이 많은데다 만약 전자담배가 일시 금지된다 해도 이를 견뎌낼 만한 충분한 재정적 여력을 갖고 있다고 증권 브로커리지인 스티펠의 크리스토퍼 그로우는 말했다. FDA의 명령을 준수하기 위해 전자담배 업체들은 소매상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그로우는 예상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거대 담배회사들은 이런 프로그램 제공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당히 용이할 수밖에 없다.

줄은 지난 12개월 동안 매출이 13억달러에 달하는 전자담배 업계의 선두주자이다. 거대 담배기업들 입장에서 전자담배가 그리 큰 비즈니스는 아니다. 어쩌면 전자담배가 이들 기업들의 수익을 해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FDA가 전자담배 업계에 대해 전면적인 금지조치를 취한다 해도 이들 업체에 미치는 재정적 영향을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줄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해 피우는 담배와 씹는 담배로 올린 알트리아의 총매출은 37억2,000만달러였던 반면 전자담배 매출은 2억2,90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로우는 “FDA의 어떤 즉각적 조치도 이들 기업들에게는 최소한의 재정적 영향만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담배가 시중에 나온 지는 조금 됐지만 이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이다. 배터리로 작동하고 손으로 잡는 이 도구는 액상 니코틴을 가열해 흡입 가능한 증기로 만들어주며 흡연자가 담배 피우듯 빨아들였다 내뿜으면 연기처럼 나온다. 대부분의 전자담배들은 액체가 들어있는 교체 가능한 카트리지를 사용한다. 카트리지는 다양한 향들로 채울 수 있다. 줄의 경우 망고와 오이, 버지니아 토바코 등의 향도 있다.

FDA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런 향이라고 이 기관의 책임자인 스캇 고틀립은 말했다. 그는 “향은 일부 젊은이들이 전자담배를 찾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줄의 급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 바로 이런 향이라고 밝혔다. 웰스파고 증권의 허조그는 “알트리아의 경우 줄에 비해 향을 제한하고 있다”며 만약 향이 들어있는 제품들이 규제될 경우 일부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전통담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015년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한 줄은 지난해 놀라울 정도로 속도로 급성장했다. 이 업체 제품의 디바이스는 USB 플래시 드라이브 모양을 하고 있으며 출시하자마자 단숨에 업계 선두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13억달러. 2위인 4억400만달러의 브리티시 아메리칸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런 초고속 성장은 담배 투자가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해 이전까지만 해도 담배업계 투자가들은 전통적 담배업체들이 전자담배 시장도 장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자담배를 통해 흡연자가 갈수록 줄고 있는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 가운데 줄이 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한 것이다.

하지만 거대 담배회사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재정을 무기로 전자담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다. 물론 줄은 이런 전망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방정부 규제방침 발표로 새로운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LA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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