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들면 파산하고 죽어라

2018-09-17 (월)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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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면 파산하고 죽어라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우리 정직해지자.

이단아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존 매케인은 그의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무책임한 결과가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론을 충실하게 수용한 정통파 공화당의원이었다.
기후변화를 제한하기 위해 한때 그가 지지했던 지원조치를 어떻게 포기했는지 생각해보라.

그러나 그는 단 한 가지 조치로 자신의 기록에 남겨진 오점 중 많은 부분을 만회했다: 공화당의 오바마 의료보험 폐기 시도에 제동을 거는 결정적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매케인이 던진 반대표 덕분에 최소한 잠시나마 수천만 미국인들이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제 매케인은 떠났고,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줏대가 있었던 유일한 의원이 사라져버렸다.


그 결과 오는 11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면, 그들은 기필코 오바마케어를 폐기할 것이다. 이건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주에 공언한 분명한 약속이다.

지난 2017년 오바마케어 폐기노력을 좌절시킨 문제들은 어떻게 될까?

분명 공화당은 그들의 정책 아이디어를 재고하면서 지난 한 해를 보냈다. 평범한 미국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기존 병력자들에게 엄청난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오바마케어를 해체할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맞는가?

아니, 이건 내가 던진 농담이다.

물론 공화당은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지만) 헬스케어에 관한 그들의 아이디어를 재고한 적이 없다. 부분적인 이유는 현대의 공화당이 정책분석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증거를 분석하는 촘촘한 싱크탱크 조직망과 그들에 동조해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실질적인 법안에 영향을 주는 독립적 전문가들을 거느리고 있다.

공화당은 이들과 비교할만한 것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의 길들여진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주군들이 듣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대로 뇌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헬스케어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대체안을 들고 나올 수 없다. 그런 대안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원 절반을 포함해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병력자 보호조항을 유지하고 싶다면 오바마케어야말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보수적인 정책이다.

전국민 메디케어와 같은 유일한 다른 대안은 모두 우측이 아니라 좌측으로 크게 이동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건강전문 경제학자들은 수년에 걸쳐 이 점을 누누히 설명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이해해야 할 일을 이해하지 않는 것으로 업을 삼고 봉급을 받는 사람에게 이해를 구하기란 너무 힘들다. 하지만 우리 한번만 디시 시도해보자.

만약 민간보험사가 병력자들을 커버해주기 원한다면 의료 전력(medical history)에 기반을 둔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보험 구입비용이 누구에게나 동일하다면 민간보험 가입자들은 비가입자들에 비해 병자가 더 많을 것이고 이로 인해 불량한 리스크 풀(risk pool)을 형성하면서 프리미엄이 올라가게 된다.

뉴욕의 경우가 그랬다. 오바마케어가 도입되기 전 뉴욕의 개인 보험 프리미엄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가 시행되자 보험료가 곧바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오바마케어가 한 일이란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보험에 가입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험 미가입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한 것이었다.(이것이 개별 의무조항이다). 이와 힘께 소득 대비 건강보험비용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보조금을 지급했다.

공화당은 이런 의무조항들을 폐기해 오바마케어를 붕괴시키려 시도했고 이로 말미암아 프리미엄이 치솟았다; 그러나 보조금 덕분에 오바마케어 의료시스템은 아직도 굳건히 서있다.

요점을 다시 정리하자면 오바마케어는 병력자들이 의료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보수적인 옵션이다. 만약 공화당이 진심으로 수백만명에 달하는 병력자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오바마케어를 지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두 달 후에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경우 분명 오바마케어의 병력자 수용조항을 완전히 폐기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기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는 이를 유지하려는 척 한다.

이런 뻔뻔스런 사기를 저지르고도 전혀 처벌을 받지 않으리라 상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권자들을 바보 멍청이로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 최근 대중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민주당이 사회주의의 대가로 메디케어에 공격을 가하려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타깃은 언론매체들이다. 많은 언론인들은 아직도 현대 보수주의에 만연한 불성실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다.

예를 들어 네바다 주에 지역구들 둔 딘 헬러연방 상원의원은 기존 병력자들을 보호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관련 법안을 손질하고 있다.

그가 원하는 신문의 헤드라인은 “헬러의원, 미국인 병력자들을 보호할 계획을 발표했다” 정도일 것이다. 여기서 그가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핵심 사실은 17번째 패러그래프에 묻혀 있다.

하지만 그의 시각에서 보자면 17번째 구절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의 법안을 사기라고 비난하지만 공화당은 그와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언급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 모두 헬러의 법안이 사기임을 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기존병력을 지닌 미국인이거나 앞으로 그런 병에 걸릴 것으로 우려한다면 현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공화당은 당신의 의료보험을 빼앗으려 들 것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지 않는다면 값싼 가격에 구입 가능한 의료보험은 불과 수개월 안에 사리지고 말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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