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니스와 함께 한 희노애락,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

2018-09-12 (수)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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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 재단 이사장

▶ 헌팅턴 비치에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 설립, 주니어선수 대회 경험 쌓아주고 대학 진학도

“테니스와 함께 한 희노애락,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

다음달부터 헌팅턴 비치의 골든 웨스트 칼리지에서 이형택 아카데미를 본격 운영하는 전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 이형택씨.

한국 남자 테니스의 역사를 쓴 이형택(43) 전 국가대표 선수가 미국에서 ‘이형택 아카데미’를 본격 운영하며 엘리트 선수 육성에 나다. 2년 전 어바인으로 건너온 그는 미국의 테니스 선수 양성 시스템을 연구하며 지난해 세리토스에서 이형택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대회 경험이 부족한 한국의 테니스 꿈나무들에게 경쟁력을 심어주고 운동을 지속하기 힘든 한국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우는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지난 한 해 워밍업을 거쳐 다음달부터 스포츠선수 양성에 최적인 훈련장 골든 웨스트 칼리지에서 테니스 지도 및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이형택 전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어바인에서 생활한지 2년째다. 가족이 먼저 와있었고 한국에서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 재단을 운영하며 미국을 오가다가 미국 테니스 시스템을 접하고 한국 아카데미와 연계해보고 싶었다. 한국은 탑이 아니면 테니스로 대학 진학이 힘든데 미국은 여러 방향으로 진로로 가능해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미리 접지 않아도 된다. 지난 7월 말 한국에서 아시아연맹, 대한테니스협회가 주한 ‘ATF 영월 이형택 테니스재단 14세 이하 테니스대회’를 주관했다. 기량이 뛰어난 12~13세 선수들을 발굴하는 기회가 되었고 이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이형택 아카데미를 소개하면

▲한국에서 2009년 이형택 테니스 재단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해 세리토스의 한 공원에서 소규모로 이형택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좋지 못한 환경이었는데도 3명의 학생들이 코넬대, UCLA장학생, 칼텍 등에 테니스로 진학을 했다. 오는 10월1일부터 본격 운영되는 이형택 아카데미는 헌팅턴 비치에 위치한 골든 웨스트 칼리지에서 테니스 지도와 체력훈련을 한다. 코치 3명과 파트타임 코치가 있고 트랙과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이용 가능해 성과가 더 좋으리라 확신한다.

- 주니어 선수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 18세 이하 선수들은 대회경험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한국 테니스는 유망주라도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의 경기 출전 외에 대회 경험 쌓기가 힘들다. 그것도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가 하늘과 땅 같아서 동기부여가 힘들다. 그에 비해 미국은 로컬 대회 등 거의 주말마다 테니스 대회가 열린다. 한국과는 달리 실력별로 대회 경기가 진행되고 토너먼트에서 져서 탈락해도 패자부활전이 계속되어 매일 시합을 치르게 된다. 어린 선수들에게 경기 경험은 실력 향상의 자양분이 되고 각자에 맞는 목표를 세우게 한다.

- 정현 선수의 활약으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현 선수의 호주 오픈 4강 진출은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금메달을 넘어 프로 선수의 꿈을 꾸고 도전하게 해준 것이다. 정현 선수가 삼성을 시작으로 기업 후원을 받으며 선수 생활에 전념할 수 있고 프로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희망이고 도전이다. 얼마전 스무살의 오사카 나오미가 US오픈에서 세레나 윌리엄스를 이기고 일본인 최초로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소 5년, 10년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테니스 훈련을 하고 선수생활에 충실하면 우리 주니어 선수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이형택 선수야말로 한국 테니스를 세계 무대에 끌어올렸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 획득이 프로 무대 진출의 계기가 되었다. 2000년 US오픈 16강에 진출해 세계 최강 피트 샘프러스와 맞붙고 나서는 경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지금 말이지만 경기 전날 피트 샘프러스를 상대한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 때 그 감정, 그 이후 경기에 임할 때 갖게 된 자신감을 어린 후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이형택 아카데미를 미국에 오픈한 거다. 테니스 선수들의 궁극적인 꿈은 4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거다.


- 앞으로의 포부는

▲이형택 아카데미를 스페인의 라파 나달 아카데미, 미국의 IMG 아카데미로 키우는 거다. 테니스 훈련도 중요하지만 학교 공부를 병행해야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제학교인 엘리트 오픈 스쿨과 협약을 맺었다. 국제대회에 자유롭게 출전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학교 수업을 채워가는 프로그램이다.

이형택 아카데미 문의 (213)999-0556

■ 이형택 약력

- 강원도 횡성 출신. 건국대 졸업

-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3회 연속, 올림픽 국가대표 4회 연속 출전.

- 2000년 US오픈 16강 진출

- 2003년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아디다스 인터내셔널 한국 선수 최초 투어대회 우승

- 2007년 세계랭킹 36위로 한국 남자 최고 랭킹 기록

- 2007년 US오픈 16강 진출

- 2008년 프로테니스(ATP) 게이오 챌린저대회 우승

- 2009년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 재단 설립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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